어릴적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농사가 전혀 낯설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농부의 자녀가 아니었던지라 일은 별로 안하고 자란 것 같다. 대농가의 딸이었던 친구는 어릴 때부터 절대 농사짓는 집에 시집가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었다 한다. 그러더니 정말 농사와는 거리가 먼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날보고 가끔 '어릴 때 나 일할 때, 넌 펑펑 놀더니, 농사짓는 집에 시집가서 일 많이 하는구나~~'라 놀리기도 한다.
농부의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도 그다지 농사일을 하지는 않았었다.
서울에 사는 아들내외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주말에만 시골에 내려오니, 밭에 함께 나가 일 거들어달라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다. 아이들이 점차 자라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니, 어머니 밭일을 거들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 시작하였고, 난 농촌에서 보고 자란게 있어서 그런지 농사일을 겁내지 않고 달려들어 잘난 척하고 일했었다.
세월이 지나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어머님도 연세가 많으셔서 자녀들이 도와드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고, 끝내 어머님도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님 집과 텃밭을 누군가 관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족회의 끝에 어머님 집과 텃밭은 셋째인 우리와 막내인 시누이네가 의논해서 관리하라 결정이 되었고, 우린 그때부터 어머님 집을 아지트 삼아서 텃밭가꾸기에 돌입하여 농부 흉내내기를 시작, 함께 한 기간이 약 6년이다.
동네 한가운데 텃밭이 있으니,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모두 농사 선생님이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농사꾼들이지만 함께 밭작물을 지어서 나눠먹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사정이 생겨 텃밭농사는 시누이네가 전담하기로 하였고, 우린 연두콩밭으로 독립하여 진짜 농부가 되었다. 작년 가을 마늘양파농사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여러가지 작물들을 심어보고 어느작물이 잘되는 토양인지 알아보기로 하여, 아주 다양한 것들을 심었다.
땅콩, 단호박, 고구마, 대파, 들깨, 서리태, 고추, 토마토, 옥수수, 오이, 가지, 강남콩, 상추, 애호박, 맷돌호박, 박, 참외, 수박, 아욱, 콜라비.....
우리식구 먹기에는 많은 양이라 지인들과 나눠먹을 때 그냥 주는 것보다 뭔가 색다르게 주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라벨스티커를 만들어 포장에 활용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라벨제작에 돌입하다.
첫번째 만든 작품
너무 식상하다 탈락, 이런 느낌은 어떠냐며 딸램이 그려준 그림
친정엄마에게 써달라 하여 받은 연두콩밭 손글씨
딸램 그림과 엄마 글씨로 만들어본 작품들
맘에 드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아 제작을 망설이고 있던차에 딸램이 다시 그려준 그림으로 만든 최종시안
제작의뢰하였는데, 귀엽고 깜직하게 잘 나왔다.
그림그려준 댓가로 딸램에게 맛난 돈까스 대접했다.
'연두콩밭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봄.. 연두콩밭! (0) | 2022.03.16 |
---|---|
1년농사 한바퀴 (0) | 2021.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