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아~
아침마다 목욕재계하듯 묵주기도 5단 바치고 네게 편지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엄마는 네가 훈련소에서 받게될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들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만들었던 편지록.... 기억하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것 같은데... 이번참에 편지를 실컷 쓰고 있구나..ㅎㅎ.
엄마는..... 언제나 무슨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주던 네가 늘 고마웠단다...
특히 중3때 여자친구문제^^를 엄마한테 상의할때는 더욱 그랬었다.
네가 좋아하는 친구는 A인데, B라는 친구가 널 좋아한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던....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구나... 하긴 그때도 그걸 가지고 고민하는 네가 상당히 예뻤단다.
B라는 친구가 혹시나 마음상해할까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너의 마음이 참 예뻤어~
화려한 우리 지명이의 중딩 시절......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늘 그때와 같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군생활도 잘했으면 좋겠다.
학교때문에 집을 떠난뒤로는 너와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것 같아...
집에오면 밤새 뭘하는지...아침에 안일어나 늘 실랑이하고...때로는 언제까지 누워있는지 두고 보자...
하는 심정으로 그냥 놔두면 어떨땐 점심때가 지나서야 일어나기도.....후.....
그런 생활패턴은 정말 싫었는데, 군대가 명약이로구나....
어찌 됐든 지간에 앞으로 제대할때까지는 그런생활은 빠이빠이 해야하니....
그런 너와 이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아침...바로 대답은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엄마는 참 행복했단다.
네가 훈련받는 동안 엄마 또한 군입대한 아들을 둔 어미로서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훈련받은거나 다름없겠지....
앞으로 자대배치 받고 본격적인 군생활을 시작할텐데....
늘 마음가짐을 부드럽게 하여, 무슨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상처받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특히... 열받지 말고....그랬으면 좋겠구나.
사회에서든, 군대에서든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늘, 지금 한순간만을 생각하지 말고, 멀리 네가 꿈꾸는 미래를 생각하여라....
내일이 지나고 모레면 우리 이병 류지명을 만날수 있겠네...
예전 엄마 아빠 결혼하기 전 아빠가 훈련들어가면 1주일정도 있다가 오곤 했었는데,
그때 아빠를 만나기 전... 그 심정처럼... 설레이는구나...
내일 하루... 지명이 수료식 잘 준비하라고 나라에서도 쉬라 하네^^....
휴대폰은 본인이 114에 전화하면 바로 정지해제된다하니...
그냥 충전 만땅해서 가져가면 될것같다. 넷북도 가져갈까?
생각나는대로 메모해서 빠짐없이 챙겨갈께...
어제 할머니한테 다녀왔단다.
아빠가 안동에서 사온 보리빵을 나중에 드리면 상할까 싶어
어제 점심시간 맞춰서 할머니께 갔더니,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엄마를 폭 안아주시더구나...
엄마가 아들바라기 하는것 처럼 할머니께서는 자식바라기 하고 사시니
아마도 주말도 아닌 평일에 갑자기 엄마가 나타나니, 엄청 반가우셨겠지....
뜰에 딸기가 한창이기에 잔뜩 따가지고 와서 냉동시켜뒀다.
나중에 휴가나오면 맛있게 갈아줄께...
돌아오면서 큰엄마댁 하우스에서 상추도 뜯어왔다.
지명이한테 가져갈거라 했더니, 아주 많이 주시더라...
수료식에 함께가면 좋겠다 하시는데, 바쁘신데 괜찮다 했단다.
마음만 전한다고...
늘 지명이를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엄마는 든든하다...
수료식날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우리 만나자... 안녕..
6월5일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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