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룸메이트와 함께 호텔내 노천온천으로 향하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일출시간은 5시40분경....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이야기 나누고 있노라니, 일출시간 즈음해서 하나 둘 모여든다. 마을에서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일출시간 맞춰서 마을에서 행사를 하나보다.
어두운 바다에 배 몇척이 떠있고, 동쪽하늘은 붉은 빛을 띠면서 점점 밝아지고... 북소리는 들리고...
생전 처음 벌거숭이로 온천에 몸을 담그고, 그림같은 일출을 보고 있다.....
아름답다못해 눈물이 날듯하다.
순례 마지막날....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에서 오는 만감일까?
아님 순수하게 자연이 만들어주는 장관에 취해서일까?
어쨌든 그렇게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아침식사 후 호텔 야외수영장의 데크에서...
어느곳에서든 떠날때는 그곳의 직원들이 나와 서서 환송을 했다.
이곳 호텔에서도 마찬가지 인사를 받으며 떠났다.
친절한 일본을 체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표현방식이라 생각하면서도 우리의 무뚝뚝함으로는 여전히 어색하다.
이 어색함을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전날 지나온 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중 오른편에 운젠지옥이 있던 산이 보인다.
여전히 구름처럼 수증기가 모여있다.. 가이드님께서는 운젠지옥의 수증기라고 했는데~~~
시마바라 숙소를 출발한 버스는 시마바라 해변을 따라 이동하여, 아리마 기리시탄 유산 기념관에 도착하다.
1613년 바쿠후의 기리스탄 금교령에 따라 신도들에 대한 탄압이 극도에 달해 시마바라반도 아마쿠사 지방의 박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후에 더이상 견딜수 없었던 농민들이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켜 결국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농성을 한 자는 모두 처형하여 일본 역사상 가장 비참한 사건으로 기록되며, 그 뒤에 쇄국체제가 확립되었다고 한다.
히노에 성터와 하라 성터에서는 박해속에서도 자신들만이 신앙의 징표로 간직하였던 작은 십자모형 등 여러가지 유물들이 출토되어 이곳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수녀님과 헬레나....^^
기념관을 출발하여 이제 후쿠오카 공항을 향하여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해변을 돌아돌아 시마바라 반도를 빠져나와 순례 마지막 미사를 봉헌할 나가사키현 오무라시의 우에마쯔성당으로 향하다.
우에마쯔성당의 성모유치원
미사가 끝나고 나서, 현지에 사시는 어르신께서 나가사키지방의 교회역사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는데, 옛날 일제시대에 개성에서 태어나셨다고....
우리에게는 불운의 역사이긴 하지만 국가간의 상황을 넘어서 우리나라와의 인연으로 우리 순례객들을 위해 봉사해주심에 새삼 감사하다.
사진 왼쪽 제단앞으로 나가시는 어르신(뒷모습)이 바로 그분이시다.
공항을 향하여 이동하던 중 점심식사....
부페식이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가이드님께서는 식사전에 꼭 먹을만큼씩만 덜어다 드실 것을 권유하셨다....
식사 후 기운이 나 두더지잡기 한판 하고 나오다~~^^
여행중인 일본 노부부께서 우리 일행을 보고 반가워하시며, 당신도 성지순례중이라고....
바로 전날에도 우리나라에서 온 순례객을 만났노라고 말씀하신다...
국적을 떠나 같은 믿음을 가진 자체만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음에 감사할 일이다.
이제 정말로 돌아갈 시간이다.
후쿠오카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선 버스는 하염없이 북쪽으로 북쪽으로 달린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첫느낌 때문인지, 고속도로에서도 추월하는 차량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덕성을 너무 폄하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깨끗하고, 정돈되어있고, 친절하고, 조급하지 않고, 허세스럽지 않고, 검소하고....
일면만 보고 느낀 편견일까????
모두가 피곤하다..... 벨라언니만 깨어있네~~^^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라 하더니.....
자판기 체험...^^
전날 미사의 파견성가로 불렀던 성가 463번 '순례자의 노래'에서처럼
'인생은 언제나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이니 우리도 오늘은 우리 고향을 향하여 떠나야 한다.
물론 노래에서 말하는 고향하고는 의미가 다를테지만.....
3박4일의 짧은 순례길이었지만, 일본인들이 박해속에서도 긴세월동안 지켜냈던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우리 선조들이 수많은 고통을 이겨냄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편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음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안녕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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