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간간히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른 아침 남편이 밖을 내다보고 와서는 눈이 하얗게 내렸다며 날 깨운다.
겨우내 눈구경을 제대로 못한지라 나름 반가우면서도 한편 이제 막 나온 새싹들이 추울까 걱정이다.
눈은 쉬지않고 내려 제법 쌓이고 있고 푹신 젖은 눈들이 나무에 쌓여 멋진 그림을 만들고 있다.
밖에 나가 눈구경하고 오겠다며 주섬주섬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장갑끼고 있노라니 딸아이가 오리를 주며 미끄러지지 않게 어그부츠신고 나가서 놀고 오랜다.
완전 거꾸로 된 상황 아닌가?^^
그래도 지금 이순간 그림을 봐야 하겠기에 밖으로 나가니 경비아저씨들이 눈치우시느라 분주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오리를 뒤로 감추고 놀이터쪽으로 가보니 고요한 가운데 아이들 둘이서 신나게 놀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
아이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길래 오리를 주며 한번 찍어볼래?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우리가 눈사람 만들었어요 한다.
귀여운 것들~~~^^
문득 십여년전 3월 이맘때쯤 폭설이 내렸을 때 벌어졌던 어머니와 큰아들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 때 우리는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 운남성 여행중이었다.
어머니는 평소 쌈짓돈을 사용하지 않는 짤순이에 넣어놓고 계셨었나본데, 큰아들이 어머님집 대청소 해드린다고 그걸 갖다 버렸다고 한다.
어머니가 나중에 당신의 쌈짓돈이 들어있는 금고(?)가 없어진 걸 알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나보다.
그리고 아들이 상의없이 당신물건을 치운것에 대한 상심이 크셨고, 다행히 큰아들은 아직 치워가지 않은 눈속에 처박힌 짤순이에서 검은봉다리 속의 어머니 쌈짓돈은 찾아 사건은 일단락 되었었다.
마침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어머니께 작은 선물 사온 것 드리려 찾아갔더니 그때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우리에게 하소연을 하셨었다. 모두 해결이 된 상황에서 재미있게 얘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쳤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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