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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순례 출발지 생장피에드포르 | 240503

by 바이올렛yd 2024. 8. 2.

2024년 5월 3일 금요일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새벽 5시경 기상, 체크아웃 준비

 

7시 4분 바욘행 테제베를 타야 하기에 정해진 조식시간보다는 이른, 아침 6시경 내려갔더니 첫날 우리를 맞이한 분이 프런트에 계시다. 사정을 이야기하였더니 식당에 불을 켜시고 음악도 틀어주신다. 기본적인 음식들은 이미 세팅되어 있고 조리가 필요한 몇몇 음식들은 우리가 식사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와 세팅하였다. 

호텔 조식 마지막 기념으로 중정에 나가 기념사진 찍었다.

시간에 여유가 없어 호텔조식은 못 먹고 출발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든든히 챙겨 먹고 체크아웃하여 6시 50분경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탑승구에 들어가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해 둔 큐알코드를 찍었는데 인식이 안되어 잠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남편이 프린트해 간 티켓을 꺼내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잠깐씩 나타나는 돌발상황에 의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조마조마하다. 객차번호를 보며 걷고 있는데 어느 분이 우리 승차권을 확인하며 알려주었다. 곳곳에 천사님이 계시다. 무사히 테제베 열차에 탑승했으나 승차권을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11년 전과 같이 좌석이 거꾸로다.

역시 테제베 승차권 예매는 일찍할수록 값도 싸고 좋은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9시 20분 첫 번째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탔다. 중간중간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지더니 약간 더 시끄러워졌다. 파리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내 조용했는데..

하늘의 구름은 계속 흐림과 맑음이 반복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계속된다.

 

기차 안내방송은 불어, 영어, 스페인어로 안내되는 듯.. 기차 안에서 카미노단톡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다가 같은 기차를 타고 순례길에 나선 분들과 인사하였다. 무언가 함께 하는 동지가 생긴 것 마냥 위안이 된다.

 

11시 넘어 바욘에 도착, 날씨가 정말 화창하다.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플랫폼을 빠져나와 생장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오미오 어플을 이용해 환승하는 열차표까지 미리 예매를 하였는지 줄 서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몇 사람 안되는데 일처리가 그다지 급해 보이지 않는 역무원은 우리를 꽤 오래 기다리게 했다. 역무원으로 보이는 다른 이가 무인 발급기 앞으로 데려가 티켓팅을 도와줘 그래도 조금 시간을 벌었다.

바욘역에 한국인들이 꽤 많이 보인다. 우리처럼 부부로 보이는 사람, 모녀, 친구...  우리와 같이 줄을 서있던 남자 두 분은 올해 나이가 72, 80세라 해서 좀 놀랐다. 그 연세에도 순례길에 나선 그분들의 의지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80세 남자분은 72세 때에 한번 다녀갔는데, 80세에도 건강히 살아있다면 다시 오겠노라 다짐했었다고 하셨다. 바욘에서 이틀을 더 보내고 6일에 생장에서 출발하실 예정이라 하셨다. 부엔 까미노~~ 인사하고 바욘역 주변에 점심식사 할 곳을 찾았다. 

바욘

바욘역 옆에 있는 바에 들어가 하몽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를 시켰다. 남편은 맥주 한잔 추가.

어려 보이는 아가씨가 나와 똑같은 배낭을 곁에 두고 혼자 카푸치노를 마시며 누군가와 우리말로 통화하고 있었다. 25살 연이 같았다.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가씨도 상냥하게 인사를 받았다. 타국에서 처음 우리말로 인사 나눌 수 있어서 내심 반갑고 즐거웠다. 그 아가씨와도 부엔까미노!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욘에만 가도 배낭멘 사람들이 많아 그들만 따라가도 생장일 거다 하더니 정말 그렇다.

12시 29분 생장행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배낭 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생장행 열차는 작고 귀여웠고 여성분이 열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남성이 할 법한 일을 여성이 하는 것을 보면 참 멋져 보인다.

바욘에서 생장가는 길

몇몇 마을에 정차를 하며 한 시간 넘게 이동하여 생장에 도착했다.

 

55번 알베르게에 못들어갈까 싶어 생장에서 내리자마자 바삐 걸어 나는 알베르게 앞에 배낭줄을 세워놓고, 남편은 순례자사무실에 크레덴셜 받으러 줄을 섰다.

생장역에서 내려 55번 알베르게를 향하는 길

 

순례자 사무실과 55번 알베르게

 

55번 알베르게 1층에 112번 114번 1층 침대에 배정받았다. 다행이다. 55번 알베르게 입구 안내문에 공립알베르게로서 선착순으로만 입실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었다. 바욘역에서 보고 인사 나눴던 트래킹그룹 중 한 분도 나와 같이 열심히 걸었지만 결국 동행자들이 늦어 55번 알베르게를 못 들어가고 근처에 펜션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도미토리 형식의 룸을 이용해 보지 않아서 낯선 사람들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모험과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남들 다하는데 못할 것도 없다 싶었다. 이런 환경에서 잠을 자보는 것도 순례 중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선 내일 아침과 점심에 먹을 음식을 사야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인근에 까르푸 마켓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노트르담뒤퐁성당에 들어가 마음을 가다듬으며 잠시 기도하고 노트르담게이트를 통과하여 다리 위에 섰다. 다리아래의 물줄기는 마을을 관통하는 니베강이라 한다.

노트르담 뒤퐁성당 · 노틀담게이트 · 니베강

 

마을을 빠져나와 도로변을 따라 까르푸 마켓까지 걸어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약 20분정도 걸어가며 다음날 피레네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이것도 힘들고 귀찮다 생각하면 안 되지 싶어 워밍업으로 생각하자 했다. 카르푸 마켓 가까이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었다. 우리 보고 '곤니찌와!'하고 인사한다. 그래서 우리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더니 웃는다. 우리가 일본인인 줄 알았나 보다.

마켓에서 바게트빵과 사과, 물, 요구르트를 사가지고 성곽 쪽으로 넘어오니 바로 알베르게 앞이다.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옆침대 외국인 남자는 자고 있다. 내일 새벽 이른 출발을 위해 벌써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건가? 어쨌든 조심조심 침대 정리하고 씻고 다시 나가 가까운 요새에 올라 풍경을 감상했다. 산티아고순례에 관심을 가진 이후 너무나도 익숙하게 알고있던 생장 너무 멋진 동네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샐러드, 빵, 수프, 파스타, 요구르트 등 세트메뉴로 순례시작 전 든든한 저녁식사로 충분하다.

 

이제 곧 시작이다.

순례용품점에 들어가 배낭에 매달 조개껍데기 두 개 샀다. 예전엔 순례자사무실에서 나눠줬다고 하는데 이젠 없어졌나 보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씨이기를...

 

맘 단단히 먹고 다치지 말고 

나의 인생 첫 번째 도전에 성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