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요일
6시 30분 조식 후 산책 겸 몽파르나스역에 나가봤다.
미리 호텔을 예약할 때 살펴보았던 것처럼 아침에 기차 타러 나가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바쁜 움직임 속에 침대에서 나온 그대로의 차림으로 모자 눌러쓰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노라니 이게 현실인가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면서 보니 호텔 입구 외벽에 시몬 드 보바르와 장 폴 사르트르가 살았었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오늘 일정은 우선 인근에 있는 기적의 메달 성당에서 미사봉헌하기로 했다.
몽파르나스타워 앞을 지나 약 20분 정도 걷다 보니 기적의 메달 성당이다. 수년 전에 요안나 님이 파리에 사는 아들집에 다녀오면서 기적의 메달을 손에 쥐어주던 기억이 났다. 바로 이 성당에 방문하셨었나 보다.
기적의 메달 성당 기적의 메달은 성모 마리아가 파리에 있는 성 빈첸시오 바오로 자비 수녀원 내 소성당에 발현하여 카타리나 라부레(Sainte Catherine Labouré) 수녀에게 직접 준 메달을 말한다. 1830년 7월 18일~19일 저녁 라부레 수녀가 처음 성모의 발현을 목격하였고 1830년 11월 27일 성모의 두 번째 발현을 목격하는데, 두 번째 발현 때 이 메달을 성모께서 라부레 수녀에게 보여 주면서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커다란 은총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로 인해 기적의 메달 성당은 소성당이지만 성모의 발현지로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신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성당 내 제대 위에는 성모의 첫 번째 발현 장면이 그려져 있고 정면에는 메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의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우측에는 두 번째 발현을 조각한 모습이 있으며 그 밑에는 사망한 후 57년이 지나 시복을 위한 시신 발굴 당시(1933년) 전혀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 라부레 수녀가 모셔져 있다. -출처: 다음백과 |
10시에 미사가 예정되어 있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유럽의 성당들이 규모에 비해 미사참례하는 신자들이 적다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한국천주교도 지금 위기라 했는데, 생각보다 성당 안에 신자들이 많았다. 성모님 발현지라서 그렇겠지 싶지만... 이번 순례길 첫 미사를 기적의 메달 성당에서 봉헌하게 됨을 감사하며,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정성껏 미사를 드렸다. 남편 역시 한국에서 미사 드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순서에 맞게 전례에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 뒷자리에 앉은 프랑스여성의 성가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미사봉헌하는 내내 행복했다.
미사 후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니 성물방 앞에 긴 줄이 늘어서있다. 기적의 메달 성당답게 여러 가지 기적의 메달이 진열되어 있었으나 남편은 가방이 무거워진다고 아무것도 사지 말라한다. 남편에게 알았다고는 했지만, 난 이미 미사시간 전에 잠깐 들어가 가장 작은 크기의 기적의 메달 10개를 구입해 가방 깊은 곳에 넣어두었었다.
미사 후 11시 10분경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네프의 다리'로 이동했다.
퐁네프의 다리 네프(neuf)라는 말은 ‘새로운’이라는 뜻으로 ‘퐁네프’는 ‘새로 지어진 다리’를 의미하지만, 사실 퐁네프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이 다리는 1578년 건설되기 시작해 1607년에 완공되었는데, 퐁네프가 지어지기 전에는 목조 다리만 존재했었다. 이전에 지어진 다리의 나무들이 낡으면서 역병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되어 새로 다리를 재건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건설된 석조 다리가 퐁네프다. 그후 이전에 지어진 다른 다리들이 모두 재건되면서 이 다리는 이름과는 달리 현재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가 되었다. 길이가 총 238m이고 12개의 아치가 있는데 각 아치에는 마스카롱(mascarons)이라 불리는 285개의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고, 다리 중앙 부분에는 앙리 4세(Henri IV)의 기마상이 놓여 있다. -출처 : 다음백과 |
정확히 11년 전, 바토무슈를 타고 센 강의 야경을 감상하면서 보았던 퐁네프의 다리 위에 보름달이 생각났다. 그때 강변에 삼삼오오 앉아 바람 쐬는 젊은이들을 보며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나도 저들처럼 여유를 즐기고 싶다 생각했었다 패키지여행으로 파리에서 하룻밤 자고 떠나야 하는 바쁜 일정에 여유를 찾을 새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퐁네프 다리 아래로 내려가 센강변을 걸었다.
걷다 보니 왼편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몇 년 전 화재로 인한 아픔을 간직한 채 아직 보수공사 중이다.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 시테섬 마지막 '대주교의 다리'를 건너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5월 1일 메이데이라 문을 닫았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문학을 공부하러 파리에 왔던 미국의 조지 위트만이 자신이 공부하던 영어 서적들을 모아 센 강변에 작은 방을 얻어 문을 열게 된 서점이라 하는데 지금까지도 영미서적을 파는 대표서점이라 한다. 이런 유명세를 증명이나 하듯 쉬는 날인데도 우리처럼 찾아와 문밖에서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시 다리 건너 시테섬으로 이동하여 노트르담성당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르담 성당 정면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식 벤치에 앉아 화재 후 보수하느라 가려진 노트르담성당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듯했다.
성당 주변을 둘러싸고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흔적들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면서 재건을 염원하고 있었다.
성당 뒤편 골목으로 들어가니 젊은 청년 뮤지션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그들의 연주를 경청하며 연주가 끝나면 박수도 쳐주고 있었다. 우린 그들을 기준으로 북쪽을 향한 거리의 중간쯤에 자리한 바의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의 연주소리를 들으며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맥주 한잔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외국어에 능통하지도 못하고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지만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가리키며 주문을 했다. 우리 여행의 첫 번째 주문이었다. 이럴 때 누군가 도와주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지만 앞으로 닥칠 모든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니, 이 또한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다.
노트르담대성당 뒤쪽에 있는 시테섬 북쪽 다리를 건너니 바로 파리시청사가 나온다.
올해 7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파리 시청사에 대형 홍보물이 걸려있다.
북쪽방향으로 계속 걸어 조르주 퐁피두 센터로 이동했다.
남편은 메이데이로 내부 관람이 안되지만 건물의 독특한 외관만 봐도 좋을 것 같다며 이곳으로 안내했다.
건물 왼편으로 돌아가니 스트라빈스키 분수대를 중심으로 멋진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중 남편이 책에서 보았던 장 팅겔리, 니키 드 생팔의 작품도 있다고 반가워한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 에펠탑이 완공되었을 당시 파리 시민들의 원성과 비판이 하늘을 찌른 것처럼 내장을 드러낸 흉측한 모습과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난 외관, 특히 배선, 냉난방, 배관 등의 기능적인 설비들이 밖으로 도드라진 모습을 한 퐁피두센터는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품격 있는 예술의 도시 파리와 맞지 않게 경박하고 난해하다는 비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 내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전시장으로서의 기능성과 실용성, 독창적인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파리를 대표하는 예술작품으로서, 문화와 예술의 전당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다. 퐁피두센터는 거대한 공공 정보도서관,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뒤샹, 샤갈, 미로 등 20세기 거장들의 중요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영화관, 강연장, 서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알차게 들어 차 있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특히 미로의 「어둠 속의 사람과 새」, 피카소의 「누워 있는 여인」, 마티스의 「루마니아 풍의 붉은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달리의 「윌리엄 텔」 등 한곳에서 만나보기 힘든 대화가들의 작품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 출처 : 다음백과 |
스트라빈스키 분수대 옆에 있는 세인트 메리 성당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보았다. 제대 뒤편 스테인드글라스와 뒤쪽 상단에 설치되어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 유명하다 한다.
세인트메리 성당에서 나와 루브르박물관을 향해 걸었다.
걷다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로 탑이 보인다. 세인트 자콥 타워라 하는데, 프랑스혁명 당시 자콥성당은 철거되고 현재 탑만 남아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루브르박물관 앞에 있는 퐁 데 자르(예술의 다리)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어 차량이동이 불가능한 보행자 전용 다리로, 거리의 화가들과 음악가들이 여럿 나와 있었다.
메이데이 여파로 박물관 미술관 관람을 못하게 되어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 야외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광장 이곳저곳을 걸어보았다. 광장 끝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도 피라미드모양 구조물도 여전하다. 바쁜 관광일정으로 인해 박물관으로 빠르게 들어가느라 못 보았던 부분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변함없는 파리의 낭만을 누리기에는 너무 지쳐 천천히 호텔로 돌아가 잠시 쉬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대중교통을 한번 이용해 보자 하며, 몽파르나스역 방향으로 가는 95번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너무나 기초적인 이동수단인 대중교통도 처음 자유여행을 하는 우리에겐 참 어려운 숙제다. 아마도 나비고 카드가 있어야 탈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냥 걷기로 했다. 생각보다 파리시내 핫 플레이스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것 같다.
몽파르나스 역 주변 식당가를 통과하여 호텔로 돌아가면서 city 마트에 들러 간단히 먹을 간식거리로 방울토마토 한팩과 맥주를 샀다. 토마토 한팩에 1유로도 안 하는 걸 보니 과일값이 국내보다 많이 저렴하다.
맥주 한잔 하며 6시 30분까지 쉬고, 다시 밖으로 나가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했다.
몽파르나스 묘역을 가로질러 약 20분 정도 걸어갔다.
잘 정돈된 뤽상부르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보라색, 붉은색, 분홍빛이 어우러진 화단이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단장되어 있고, 간간이 저녁바람을 쏘이며 달리는 이들이 지나갔다. 공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가로움을 잠시 즐겼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몽파르나스타워로 이동하던 중 초밥집 발견, 아시아식당이었다. 물론 손님은 하나도 없었지만, 김밥에 눈이 번쩍해서 들어갔는데, 말이 안 통해서 풀세트로 주문했더니 메인메뉴인 초밥과 함께 밥, 샐러드, 국이 한꺼번에 나왔다. 초밥을 먹는 데 밥을 또? 그냥 초밥만 주문할걸~ 결국 밥은 모두 남겼다. 나름 알찬 날이었는데 저녁식사는 쏘쏘~
몽파르나스 타워 예약시간까지는 좀 기다려야 해서 몽파르나스 역에 잠시 앉아 쉬며 대기하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아직 시차적응 중.. 잠시 졸다 8시 40분경 타워로 이동하였다. 일부러 일몰시간에 맞춰 예약을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게 심상치 않다. 예매한 표의 큐알코드 찍고 입장하여 56층까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니 계단을 통해 조금 더 올라가야 전망대다.
한 바퀴 둘러보는 와중에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9시경 에펠탑에 서서히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잠시 후 천둥번개와 함께 빗방울이 세게 내리쳐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좀 아쉽지만 비 오는 파리의 야경도 나쁘진 않다. 빗방울 맺힌 창문 너머로 파리가 반짝거린다.
쿠폰을 건네주고 와인 두 잔을 받아 테이블에 앉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바 안에 사람이 몰려 도떼기시장 같다. 와인잔을 비우고 창밖을 내다보며 구경하다 밖으로 나갔다. 무리한 일정이었는지 저녁시간은 즐거움보다는 피곤함이 앞섰다. 빨리 호텔 가서 쉬어야지...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비가 오는 거리를 남편과 함께 우산 쓰고 나란히 걸어보는 낭만을 즐겼으면 좋겠지만, 그냥 여느 때처럼 각자 우산 쓰고 바삐 호텔로 향했다.
하루종일 파리시내를 누비고 돌아다녔더니 몸이 녹초가 되어 씻고 일기 쓰다 말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지렁이 기어간 것 마냥 졸음흔적이 노트에 남아있다. 쓰다만 일기 마저 쓰고 휴대폰을 보니 남동생 처형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올라와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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