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요일
파리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내고 나니 피곤이 좀 풀렸는지 눈꺼풀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듯하다.
오늘 테마는 미술관 투어다.
남편은 은퇴 후 줄곧 서양미술사 강좌를 들으러 다니며 꾸준히 공부하더니 이번 순례길에 오르면서 미술관 투어할 생각에 기대가 컸다. 오르세 미술관 입장권을 오후 2시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 오전시간 활용을 위해 몽파르나스역에서 가까운 부르델 미술관부터 시작하여 로댕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순서로 계획을 짰다.
아침 7시경 식사하러 내려갔다. 호텔조식은 비교적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고, 전날 리셉션에 있던 직원은 없고 다른 분이 근무하고 있었다.
아침식사 후 리셉션에 있는 직원에게 다음날 떼제베열차를 일찍 타야 하니 아침식사를 조금 일찍 할 수 있겠는지 물었더니 조식시간이 안되어 모든 음식이 준비되지는 못하나 빵, 과일, 커피 정도로는 6시부터 가능하단다. 식사까지 하고 여유 있게 나가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식사 후 외출준비하고 궁금하던 몽파르나스 묘지를 들러보기로 했다.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등교시키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들... 모두들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몽파르나스 묘지을 통과해 지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마도 지름길일테다. 도시 한가운데에 공동묘지가 있는 것이 서양에서는 다반사이긴 하지만, 아무런 상관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1824년에 만들어진 공동묘지로 몽파르나스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모파상, 샤르트르와 보바르, 보들레르 묘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입구에 안내지도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기 특별한 모양의 비석들로 단장되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잠시나마 생활하기도 했다는 샤르트르와 보바르의 묘비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꽃과 메모해 놓은 지하철 패스가 놓여있었다. 그들의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흔적일 테다.
몽파르나스 묘지를 빠져나와 몽파르나스역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서 역 근처에 있는 로댕의 제자 부르델 미술관을 찾았다.
앙투안 부르델 미술관 프랑스 파리 15구 앙투안 부르델 거리(Rue Antoine Bourdelle)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 박물관이다. 로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근대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 1861~1929)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활 쏘는 헤라클레스》,《베토벤》등 부르델의 대표작을 비롯하여 그가 작업한 다양한 청동상, 대리석 및 석회 조각, 그림, 스케치, 축소 모형 등 수백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부르델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었던 화가 외젠 카리에르(Eugène Carrière, 1849~1906)의 그림들과 부르델의 스승이었던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작품 그리고 친구에게 보낸 부르델의 개인적인 서신등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건물은 부르델이 1884년부터 1929년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살았던 곳으로 그의 작업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1949년 개장한 이래로 부르델의 삶의 흔적과 그의 예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얻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앙투안 부르델 미술관 [Bourdelle Museum]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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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트완 부르델은 로댕, 마욜과 함께 현대조각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하는데, 서양미술사에 푹 빠져있는 남편은 많이 신나 보인다. 잘은 모르지만 함께 보조를 맞추어 관람.. 현대조각의 거장답게 작품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물론, 정원에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청동조각상들이 놀라웠다.
전날 하루종일 걸어 다녔기에 오늘은 꼭 대중교통이용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전철 티켓 끊는 데에만 시간이 꽤 걸렸다. 전철 타고 세정거장인가? 바렌느역에서 내려 로댕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부르델의 스승이며 근대 조각의 시조인 오귀스트 로댕에 대해서는 학교시절 미술교과서에도 나왔던 '생각하는 사람'의 작가라는 사실정도 알고 있었다. 매우 흥미로워하는 분야는 아니라서 일부러 혼자 미술관을 찾아가 보지 않고, 남편이나 딸아이와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더러 가본 적은 있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자꾸 봐야 안목도 생기고 재미를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남편은 미술사 공부하면서 알게 된 작가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이야기해 주며 짧은 시간에 모두 눈에 담으려 바쁘고, 나 역시 그 순간은 잘 듣고 챙겨보려 함께 바쁘다.
로댕미술관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오르세 미술관 예약시간에 맞춰 관람을 마쳐야 함이 좀 아쉬웠다.
로댕미술관에서 오르세 미술관까지의 거리가 얼마 안 되어 골목을 걸어 이동했다. 오르세 미술관 거의 도착할 무렵 식당으로 들어갔다. 비좁은 식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로 점심을 먹었다. 주인장 여자분은 매우 바빠 보이지만 손님들을 대하는 게 재치 있고 재밌어서 비좁은 상태에서도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르세 미술관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1939년까지만 해도 프랑스 남서부 노선의 종착역으로 이용되던 오르세 기차역을 리모델링하여 1986년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재탄생하였다고 한다. 수백년이 지나도 파리의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미술관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팸플릿에 나와있는 대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보려고 룸번호에 체크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유명한 작품 앞에는 어디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미술관 안에서 바라본 파리..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보니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더 이상 자세히 보기 힘들다. 1층부터 시작하여 3층까지 차곡차곡 빠짐없이 보았으니 그래도 나중에 어디선가 작품을 보면 조금은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오르세미술관에 입장한 후 퇴장까지의 시간은 꼬박 5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의자에 앉아 조금 자기도.... 이건 시차 때문이지..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레오폴드 세다르 셍고르 인도교를 건너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시간이 늦어 이미 관람시간을 지나기도 했지만 오르세미술관 휴관일이기도 했다.
오랑주리 미술관 앞을 지나 콩코드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콩코드 광장은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는 건지 무대작업이 한창이었다. 콩코드 광장의 분수대도 오벨리스크도 여전하다.
개선문을 바라보며 상제리제 거리를 걷다가 지하철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미술관 투어를 하루종일 했더니 힘들기도 하고 저녁식사 할 곳을 찾다가 호텔 옆에 있는 마트에서 샌드위치와 컵라면, 맥주를 사다가 룸냉장고 안에 있는 토마토와 우유도 함께 꺼내어 식사했다.
전날 하루종일 뚜벅이로 다니다 오늘은 조금 발전하여 지하철 타기 성공..
내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떠나야 하기에 배낭 대충 챙겨놓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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