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갈릴래아는 심한 폭풍우가 내리는 것처럼 요란했다.
바람이 불어 야자수 이파리 스치는 소리가 비바람소리와 흡사하여 비오는 줄 착각할 정도였는데,
아침이 되니 호숫가의 바람이 잔잔해졌다.
우리방은 호수가 훤히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아침일찍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다.
참 고요하고 아름답다.
하나 둘 모여들더니, 꽤 오래되었을 법한 벤자민 나무에 마리안나 언니가 오르기 시작한다.
여유롭게 나무에 올라,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 때문에 언니는 자캐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오늘의 일정은 나인성을 거쳐 타볼산에 올랐다가 오후에 카나에 들러 호텔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순례 첫날에 갔던 나자렛이 지도상으로 보니 타볼산 가까이에 있다.
나자렛 출신이라서 갈릴래아 지방에서 활동을 많이 하신거였겠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우리에게는 아직도 9시 출발은 너무 늦은 시간인가보다.
우리나라보다 해뜨고 지는 시간이 1시간정도 빨라 아침 6시경 되면 밖이 환하다.
옥자언니는 9시 출발하기로 하여 시간이 많이 남으니 시간 아깝다며 미리 나가 산보라도 하자 한다.
갈릴래아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갈릴래아 호수를 바라보며 먼저 나인성으로 향하다.
안나가 버스안에서 음악을 선물해주다.
♬♪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던 사람들, 바람결 따라 들려오는 주의 말씀 들었네.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그 그물을 버리고~~~~~~~
나인성으로 이동하면서 오른편으로 타볼산이 보인다. 그리 높지 않아보이면서 우리나라의 산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 낯설지가 않다.
역시 갈릴래아 지방은 다른지역에 비해 물이 많아서인지, 농사짓는 땅들도 많이 보이고, 숲도 보인다.
멀리 이즈르엘 평야 산위에 마을이 바로 나자렛이라 한다. 산 아래의 마을도 보인다.
업타운과 다운타운~??
성지순례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인지, 기사님도 동네 주민에게 길을 물어 찾아간 나인성이다.
바로 그 뒤에 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고을에 가셨다. 제자들과 많은 군중도 그분과 함께 갔다.
예수님께서 그 고을 성문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마침 사람들이 죽은 이를 메고 나오는데, 그는 외아들이고 그 어머니는 과부였다.
고을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그 과부와 함께 가고 있었다.
주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마라."하고 이르시고는,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그러자 죽은 이가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다.", 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하고 말하였다.(루카 7, 11-16)
주일인데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미사시간에만 오픈을 하는지....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제대도 차려져 있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데....
그렇지만, 성당 바깥은 깨진 유리조각도 보이고 제대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인 듯 보였다.
성당의 바로 옆에 이슬람 사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들 겸손하게 사진찍기
나인성을 뒤로 하고 오늘 우리의 주 목적지 타볼산으로 향하다.
이스라엘의 대지에는 대체로 길이 없다.
개인이 소작농을 하지 않고 정부에서 농지를 관리하고, 대규모로 농사를 짓기에, 농사기법이 선진화되어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도 아마 물이나 약을 주는데 사용하는 기계일 듯 하다.
타볼산 꼭대기를 오르내리는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대기 중~~~
타볼산을 오르는 셔틀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하늘을 찌를듯 서있는 나무사이의 길 가운데 성전이 보인다.
아랍군과 십자군 시대를 거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 장소는 늘 싸움의 무대가 되었다 한다.
십자군 시대에 베네딕도 수도원이 세워지고 수도원을 보호하기 위해 성지 둘레는 요새화 되었으나 1187년 경 '하틴의 뿔 전투'에서 십자군이 살라딘에게 패한 이후 수도원은 철수했고, 다시 1213년 아랍군대에 의해 요새화되었다.
이때 남겨진 문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에도 성지에 들어가는데 사용하는 '바람의 문'이라 한다.
거룩한 변모 기념 성당
성당입구 아치 안쪽에서 올려다본 성당 전면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상징하기 위해 제대 공간을 지상에 절반, 지하에 절반씩 차지하도록 의도되어 설계되어있다.
이층의 제대 중앙 벽에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장면과 좌우에 모세와 엘리야, 아래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모자이크 되어있으며,
아래층의 제대 위 터널식 천정의 좌우에는 성탄, 성체성사, 죽음, 부활을 소재로 한 모자이크가 새겨져 있다.
성당 입구 오른편에 있는 엘리야경당이다. 왼편에는 모세경당이 위치해있다. 혼자 앉아 기도하기 좋은 자리였다.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눈을 들어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하고 명령하셨다.(마태 17,1-9)
이즈르엘 평야를 전망할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가다.
와이드로 찍어보았는데, 많이 왜곡된 것 같지만 넓게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수도원 건물 옆에 서있는 향백나무....
성당 마당 좌측에 폐허처럼 남아있는 옛 수도원 유적
타볼산에서는 미사시간이 오후3시로 예정되어 있어서, 성지를 둘러보며 묵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수도원에 있는 성물방의 방명록에 간단한 메모도 남기다.
이곳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수사님들이 해주시는 점심식사까지....
점심식사를 마치고 테라스에 나가 이즈르엘 평야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수도원 정문 앞에 있는 예쁜 빨간 꽃과도 사진 한장
하늘을 찌르는 사이플러스나무 사이에서도...
벤자민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는 신부님과 언니들..
사진찍기 놀이를 마치고 미사시간까지는 약 1시간 가량이 남았다.
순간 갑자기 불쑥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것들이 솟아오르며, 신부님께 성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신부님께서 앉아계셨던 벤자민 나무아래로 발길을 옮기다.
멀리 나무아래 벤치에 신부님께서 혼자 앉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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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힘들었던 일들, 무거운 마음들을 모두 쏟아놓고 나니 마음은 홀가분하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는다.
빈자리를 찾다가 성당 왼편에 있는 모세경당에 들어가 한참을 혼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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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울다가 바람쐬려 다시 계단을 올라 이즈르엘 평야를 바라보며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다.
오늘은 가엾은 나를 위로하며, 나 자신을 위해 미사봉헌하였다,
지난일들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늘 저와 함께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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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타볼산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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