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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 제주의 가을

제주의 겨울은 붉은색이다 (11/26)

by 바이올렛yd 2021. 12. 19.

6시30분 기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커튼너머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불빛을 바라보며 뒤척이고 있노라니 날은 서서히 밝아지고 남편이 일어나 아침밥을 짓는다. 여느때 같았으면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잠을 더 자려했을 아들은 아빠표 미역국에 밥먹자 했더니 벌떡 일어나 함께 아침식사한다. 이침식사를 하며 오늘 일정을 서로 이야기 하는 중 아들은 바쁘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 좀 쉬었으면 좋겠다하여 그러자 했는데.... 온수가 안나온다.

오전에 여유를 부리자 했지 씻지도 못하며 숙소에 어쩔수 없이 머물러 있는 이런상황을 이야기했던건 아닌데.....

 

호스트에게 전화하니 역시나 안받는다. 문자 남겨놓고 혹시나 싶어 공용세탁실 안을 살펴보니 옆에 보일러실이 있다. 보일러에 에러메시지가 떠있어 껐다가 다시 켜니 돌아가는 듯.... 그러나 여전히 온수는 안나오고 보일러는 또다시 에러상태다. 다른 객실의 손님도 온수가 안나온다고 왔다갔다 하고~~~   덕분에 한달살이 하고 있는 이웃도 만났다.

 

호스트에게 다시 전화... 받을때까지 계속해보자.... 어느순간 전화를 받는다. 상황을 얘기했더니 보일러에 연결된 가스가 떨어진듯하니 뒤에 가스통있는데 가서 밸브를 바꿔열어달라하는데, 가스통이 여럿, 배관도 여럿인데 뭘 열고 뭘 닫아야 하는지~~원.... 게다가 이걸 손님인 내가 함부로 만져도 되는건가??? 본인들이 직접 나와서 조치를 취해주는게 훨씬 빠르겠고만~~~~ 

어쨌건 11시가 넘어 관리인이 직접 나온 후에야 해결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정오가 넘어 외출...

 

어차피 좀 쉬다가 나갈생각이기는 했지만, 편치 못한 상태로 있다가 늦게 나가니 숙소에 대한 불만 하나 추가..

남편은 한달동안 생활하면서 있었던 불편사항을 모두 적어서 호스트에게 전달할 예정이라 한다. 이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하면서...

 

오전시간을 숙소에서 보내며 아들은 '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지 여기 좋은데요~~'

하늘엔 구름한점없고 기온은 19도...  날은 따사롭고 풍경이 좋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오가 훨씬 지난 12시25분경 숙소를 나서 서귀포에 있는 '바람에 머물다'라는 식당으로 향하다.
아들이 있는 동안 조수석은 남편에게 양보하고 난 뒷자리에~~~
 
지난 봄에 많이 오갔던 길을 지나 쇠소깍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 '바람에 머물다'에 도착하다. 
아들은 바다를 바라다 볼 수 있는 자리를 우리에게 권하고 혼자 바다를 등지고 앉는다. 평소 무뚝뚝하다 생각했던 아들의 특별한 배려다. 남편과 나는 해물라면, 아들은 해물파스타를 주문했는데, 해물이 푸짐하니 시원하고 맛있다.
야외테이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기...... 따뜻한 남쪽나라의 겨울이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테라로사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 귤밭에 앉았다.
 
점심을 급하게 먹었는지 아들은 속이 더부룩하니 불편하다 하고, 남편은 그런 아들의 합곡을 사정없이 눌러준다. 손을 주물러 주는 남편과 아프다 몸을 비틀고 있는 아들이 참 행복해보인다. 이 또한 두고 두고 생각이 나겠지~~
 

속이 안좋다하는 아들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나도 그늘에 계속 앉아있으니 좀 써늘한 느낌이 들어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천장높고 창이 크니 햇빛도 잘들어온다.

 

점심식사하고나서 충분히 쉬었으니 휴애리 동백축제장에 가보기로 하다.

여전히 맑고 푸른 하늘아래 제주의 바닷빛이 더욱 푸르다.

 

멀리보이는 섬은 지귀도
2시40분 쇠소깍을 출발하여 약 20분정도 이동하니 휴애리 동백꽃 축제장이다.
 

대기가 맑고 햇빛이 강하다보니 눈이 부셔 사진찍기가 힘들다.

 

 
동백꽃 축제장에서 딸램 전화를 받았다. 첫직장 마지막 근무를 하고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수고했어.. 정말 잘 했어.. 그래도 3년이상 몸담았던 회사인데 네 인생의 소중한 일부분이란다. 곁이 있으면 토닥거려주며 안아주고 싶었지만... 가까운 카페라도 들어가 마음 추스리라 했더니 알았다 한다.
 
이 시점에 딸의 이직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휴가받아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터인데... 공교롭게도 인수인계해야 할 날이 우리의 여행날짜와 겹쳤다.
 
딸은 모처럼 주어진 금쪽같은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다음날 이른시간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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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애리 동백축제장을 나와 봄에 찾았던 서귀다원에 들러보기로 하다.
4시15분경 서귀다원에 도착... 그사이 다원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지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주차장도 바뀌어있다. 땅의 경계가 잘못되어 다시 측량하니 예전 주차장자리가 남의 땅이었다고 한다. 겸사겸사 현무암 담장으로 경계를 표시하고 전체적으로 손보고 있는 중이라 했다.
 
다실에 들어가 창가자리에 앉자 새잎으로 만든 우전녹차와 1년이상 숙성되었다는 황차를 준비해주신다. 
개인적으로 황차보다는 우전녹차가 더 좋다. 그렇지만 자꾸 마시니 황차의 깊은 맛도 나쁘지 않은듯...
 
준비해주신 차를 모두 비우고 밖으로 나와 다원을 한바퀴 둘러보다. 아직 정리가 덜 끝난듯 하지만 여기 저기 단장된 티가 난다. 날이 맑아 한라산 정상이 깨끗하게 보인다. 아들은 촬영때문에 자주 제주에 내려왔지만 이처럼 한라산 정상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었다 한다.
 
4시45분 오늘일정 마무리장소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출발하다.
해질녘이 되어 그런지 아님 코로나 시국이라 갈데없어 국내여행자들이 모두 제주로 몰려오고 있는 추세인지 올레시장에 사람이 많다.
남편이 제주에 사는 친구 만나 회를 맛있게 먹었었다며 황금어장으로 안내한다. 요즘 제철인 방어가 들어있는 모듬회와  매운탕으로 저녁 식사하다. 오늘도 운전하는 아들 빼고 엄마아빠만 한잔씩~~~^^ 
다음에 또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여행떠나보자 이야기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함께 시간맞추기가 어려워 이런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남편은 날보고 아들이 옆에 있으니 행복해서 입꼬리가 귀에 걸릴지경이라고~~~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자주 이용했다는 제일떡집에서 오메기떡 한팩사고, 편의점에 들러 아들을 위해 제주에일맥주 사가지고 숙소로 출발....  해가 일찍 지니 하루일과 마치는 시간도 이른시간이다.

7시10분 숙소에 도착... 
 
남편은 아들을 위해 맥주를 준비해준다.
 
그동안 서로 못나눴던 이야기들... 더 늙기 전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 함께 나누다.
 
'엄마 아빠가 지금도 자랑스럽지만 앞으로도 계속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들아 네 뜻이 무엇인지 알겠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도록 늘 갈고 닦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