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일정이 많이 고단하였는지 단잠을 자고 깬 시간이 6시반이 넘었다.
남편도 단잠을 잔 모양....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남았음을 인지한 순간 새별오름으로 일출을 보러가기로 했다.
세수도 안하고 후다닥 옷입고 모자 뒤집어 쓰고 마스크 쓰고 출발...
새별오름까지 10분... 그사이 일출을 보러 온사람들이 앞서 올라가고 있다.
어느정도 정상가까이 오를때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줄곧 올라가야 하기에 나중에는 숨을 고르며 올라가야 했다.
7시15분 새별오름 정상에 도착...
일출을 기다리다.
새별오름에 오르니 금오름에서 보았던 것의 한수 위다. 서편으로 이시돌 목장, 금오름, 한림항, 비양도... 그동안 제주 서편을 집중적으로 돌아본 덕에 제대로 볼수 있다.
한라산 남쪽 자락 오름사이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금방 떠오를 듯도 한데, 생각보다 더디게 올라왔다.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는 아침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오름을 내려오다.
반짝이는 억새는 역시 역광으로 찍어야 멋지다.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꼭대기에 있는 것은 물방울을 표현한 것이겠지...
역시 모르면 제대로 볼수 없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수많은 크고작은 물방울들이 전시되어있다.
작가의 생전 인터뷰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물방울이 캔버스에 튀었는데,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착안하여 물방울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창열작가는 45년동안 이국생활을 하다 삶의 종착지를 고국에게 하고자 했는데, 이를 제주도가 받아주어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지난 1월 영면에 들었다 한다. 그의 작품들이 이곳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다음은 기꺼이 가까이 전 둘러보기..
밖으로 나와 야외전시를 둘러보며 이 근처에 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양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야외 프로잭트.. 시멘트와 각종 쓰레기 오브제로 제작된 군상들을 통해 관람객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도하고자 했다한다. 전시기간인 5년동안 자연과 공존하며 변화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이라는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는 기회를 갖기를 작가는 안내문을 통해 말하고 있다.
양승수 작가의 군상들을 보며 걷다보니 하얀집 한채가 서있다. 예술인마을 안내도에도 김현*의 집이라 써있다. 그렇다면 이분도 예술인? 글작가라 한다. 양지바른 곳에 벽난로 앞에 누군가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그 집 주변을 서성이다 나는 길에 서 있고 남편 혼자 그 집 정원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너무 반갑게 놀라워하며 맞이하는 분... 남편과 함께 같은직장에서 근무했던 분이라 한다.
약10년전 쯤에 홀연 아내와 함께 제주로 떠나와 지금껏 살고 있다고..... 게스트하우스를 하다가 본인 취지와 맞지 않아 지금은 안한다고... 곧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독립출판으로...
우리 만나기 전에 벽난로 앞에서 차를 덖고 있었다고 한다. 하~~ 너무 낭만적이다~~
함께 들어가 잠시 차를 마시며 지나간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그들만의 추억을 소환한다.
남편은 제주에 오래머물예정이니 다시 보자 인사하고, 함께 그의 집에서 나와 다시 현대미술관을 향해 걷다.
뭔가 뿌듯함이 느껴지는 건 서로 반가워하고 즐거워하는 두분의 느닷없는 만남을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겠지...
소반전시회장 입구에 서있는 은행나무가 제주의 겨울을 이야기 하고 있다.
소반 전시회를 보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이동하다.
현재기온 19도... 바람도 안불고 하늘은 맑고 기온은 온화하고.... 내가 머물다가는 동안 한번도 찌뿌리지 않고 방긋 웃어주는 제주의 날씨에 감사하다.
바닷가에 나가 살펴보니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에 왔던 풍차마을인듯 하다. 걸어서 가기엔 좀 멀고 차를 끌고 이동하려 행정복지센타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작은 책방을 발견.
남편은 보물이라도 찾은 양 좋아한다. '책은 선물'이라는 책방에 들어가 평소 사고싶었던 책이라며 책 한권을 구입한다. 아마도 작은 책방에 들어가면 더욱 책을 사야할 것 같은 책임의식을 느끼나보다.
차를 끌고 바닷길을 따라 이동하니, 그때 그곳이다.
여기서 우리 귤 샀잖아~~ 어느 청년이 트럭을 끌고 나와 귤을 팔고 있었는데 이번엔 없다.
그때 차를 세웠던 같은 장소에 차를 세우고 이번에는 반대로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다.
멀리 보이는 오름은 모슬봉일 것이고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안은 모슬포겠지~~
오늘 일몰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전날 일몰보다는 덜한듯...
해가 지고 나서도 못내 아쉬워 전날 봤던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그만한 장관을 선사해주지는 않았다.
성게미역국을 먹으며 남편이 내게 베푸는 나의 생신주간 행사는 종지부를 찍었다~~^^
다른날보다 다소 늦게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에 돌아와 짐을 대충 싸고, 그동안 공간을 넓게 쓰려 옮겨놓았던 것들을 다시 남편만의 제주한달살이 모드로 재배치 해놓았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 산방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내일이면 끝이라 아쉽지만,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 또 오고싶겠지~~~~ 올레여권도 샀는데...
밤하늘에 별은 여전히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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