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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 제주의 가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길 '제주올레 11코스' (11/25)

by 바이올렛yd 2021. 12. 18.

오늘도 역시 이른 아침부터 남편은 밥하느라 분주하다. 메뉴는 별다를게 없지만 정성으로 지은 따뜻한 밥과 미역국을 아들과 나는 맛나게 먹는다.

오늘 일정은 모슬포에서 출발하는 올레길 11코스를 걷고 나머지는 아들과 만나서 보내는 것으로 정했다.

오전9시 숙소 출발..

 

회사일 해야 하는 아들은 노트북을 챙기고, 우리를 시작점에 내려주기 위해 모슬포로 향해 운전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모슬포의 올레 리본이 보이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고 아들은 카페를 찾아 차와 함께 사라졌다.

요즘은 지도어플을 이용하면 길찾기가 매우 수월하므로 여행중 스마트폰은 필수...

 

11코스 출발지점에 있는 올레사무실에 들어가 올레여권 구입하면서 제주바다를 표현했다는 파란 올레스카프 한장도 함께 샀다. 봄에 우도와 가파도 올레길을 걸을 때 스탬프찍을 데가 없어 가방에 아무 종이에나 찍었다며 아쉬워했더니, 그거 오려붙여도 된다한다. 어딨는지 찾아봐야겠다. 

출발점에서 당당히 스탬프 찍고 9시50분 올레길 순례 시작....
 
제주올레 11코스

제주도 남서쪽 끄트머리 모슬포 해변을 따라 걷는다. 가까이에 가파도와 마라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이 있음을 앎과 동시 지난 봄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배타고 가파도가 가자마다 자전거타겠다고 신났던 우리 딸램이 코트자락에 시커먼 자전거 기름이 묻어 완전 뾰로통해졌었는데......^^

 

해변을 지나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 투구를 뒤집어쓴 것 같이 보이는 모슬봉을 향해 걷는다. 어릴적 늘 보며 자랐던 공군부대가 있던 망일산이 떠오른다.

오르막길이라 좀 힘겹긴 하지만 그다지 걷기 어렵지 않다. 예전같으면 벌써 헐떡거리며 힘들어했을텐데, 요 몇년동안 틈날때마다 걷기운동을 했던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폐활량이 좋아진것이~~~

 

11코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길, 근대사와 현대사가 녹아있는 길이라 하더니 유난히 묘지가 많다.

 

공동묘지 사이로 올라가니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이다. 약 1시간15분정도 걸려 도착.. 

옆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준비해간 간식을 꺼내먹고 있는데, 반대편에서부터 순례중인 한 남자가 스탬프를 찍는다. 서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서로 인사하고 헤어지다.

 

산방산과 함께 드넓게 펼쳐진 벌판과 바다...... 그리고 하늘....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제주의 들판은 살아있다. 농번기가 끝난 육지의 들판과는 달리 생동감이 느껴지는 건 밭을 가꾸는 사람들과 잘 자라주는 작물들이 있기 때문인가... 
어느분이 뭔가를 수확하고 있길래 혹시 콜라비 잎을 따고 있는 줄 알았더니 브로컬리 수확중이라고 한다. 남편에게 분명 콜라비일거라 아는 척했다가 한방~~~^^ 
 
모슬봉을 내려와 굽이 굽이 걷는 중 성모상을 발견하다. 모슬포성당 교회묘지다.

 

마을을 돌아오면서 순례중인 젊은 여성을 만나고 좀더 걷다보니 내내 궁금하기만 했던 정난주 마리아 묘에 도착하다.

도착시간 12시 5분..

 

몇년전 성당 카페에서 막달레나수녀님이 해주셨던 정난주마리아 이야기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래서 더욱 제주에 가면 정난주 마리아의 흔적을 찾아 성지순례하고픈 마음이 컸었는데... 오늘 올레길 코스는 아주 잘 잡은듯~~^^


정난주 마리아는 정약현(정약종과 정약용의 맏형)의 장녀로서, 15세의 어린 나이에 진사시에 급제하여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던 황사영 알렉시오의 부인이다.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남편 황사영은 조선 교회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고자 배론의 토굴에서 중국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는 백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백서는 주교에게 발송되기 전에 발각되었고, 이로 인해 황사영은 순교하게된다. 또한 그의 아들 황경한은 추자도에, 부인 정난주는 제주목 대정현의 노비로 귀양을 가게 된다.

정난주는 1801년 음력 11월 21일 두 살 난 아들 경한을 품에 안고 귀양길에 올랐으며, 추자도에 이르러 인적이 없는 해안가 갯바위에 아들을 내려놓고 생이별을 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녀는 깊은 믿음과 풍부한 교양과 학식으로 이웃들의 칭송을 받는 가운데 37년을 살다가 1838년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그녀를 양모처럼 보양하던 집주인과 이웃들이 모슬봉 북쪽에 있는 들판(속칭 한굴왓)에 매장하였다.

그가 비록 순교를 하지는 않았으나 삶 전체가 순교자의 생애를 방불케 하는 굳건한 신앙의 증거로 가득했기에, 후손들은 그를 순교자의 반열에 올리고 있다.

[내용출처 - https://cbck.or.kr/Directory/Shrines/201003783 ]

정난주 마리아 묘 앞에서 남편과 함께 주모송을 바치다.

 

성지에 잠시 머물며 기념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이용하였다.
화장실안에 모슬포성당 교우들이 관리하는 곳이니 깨끗이 사용해달라 써있었다.
'암요~~ 감사히 쓰겠습니다~~' 마음으로 인사하고 길을 떠나다.
 
12시40분경 신평리사거리에 도착, 정자에 앉아 오메기떡과 고구마 귤로 점심식사
근처에 국수집이 있는지, 길건너에 표지판이 있었으나, 새벽부터 준비한 남편의 정성이면 충분하다.
 
점심식사를 하며 잠시 쉬었다가 12시 55분 다시 출발..
이제 신평무릉사이 곶자왈을 지나야 한다.
 

곶자왈을 통과하는 숲길에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있었다. 맘먹고 주우면 가방 한가득 주워갈수도 있을만큼...  동물들에게는 먹을것 풍부한 낙원이겠구나 싶다.

 

자연그대로 살아있는 숲.... 신평무릉사이곶자왈을 벗어날 즈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표지판이 서있다.

이곳이 제주에서 가장 긴 곶자왈지대라 한다.

 

오른편에 쉬어갈 수 있는 정자하나가 있었는데, 우리를 지나쳐 걸었던 남자분이 쉬고 있었다. 역시 혼자걷기에는 무서워~~~ 

11코스는 특히 인적없는 숲길을 혼자걷기 위험하니 꼭 함께 걸을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 무릉2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 시간은 2시25분..

무릉곶자왈을 통과하는데 약 한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모슬포 출발점에 있는 올레사무실에서 준 음료와 과자 하나씩 나눠먹다.

 

그리고는 다시 출발하여 약 15분후... 2시40분경 11코스 도착지점인 무릉외갓집에 도착하다.

관광버스가 한대 서있고 그 앞에 도착지점 스탬프찍는 곳이 있고....  그때 마침 아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도착지에 와있다고...

그러고 보니 길건너에 우리차가 서있는게 보인다.

 

올레여권에 도착지스탬프 찍고 기념사진 찍고.... 무릉외갓집으로 들어가니 아들이 차한잔 앞에 놓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귤차와 ABC쥬스 주문하고 아들과 함게 자리에 앉았으나 아들은 계속 통화중이다. 얼핏 듣기에 회사일로 뭔가 논의중인 듯하여 남편과 음료마시며 조용조용 이야기...
통화를 끝내고 난 아들은 이제부터 진짜 휴가란다.
 
오늘 남은 시간은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의논하다 인근의 금오름으로 행선지를 정해 3시20분경 출발하다. 해가 일찍 지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두시간밖에 없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약20분 후 금오름 주차장에 도착. 
이곳도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인지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남편은 한번 가본곳이라 익숙하게 우리를 안내하는데, 굳이 안내안해도 사람들 올라가는 길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역시 우리 아들은 그다지 걷기를 즐기지는 않는 듯...
금오름 정상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쯤 올라가니 남쪽을 제외한 삼면이 훤히 보인다. 동편으로 이시돌목장을 비롯한 목장들이 주로 보이고, 서편으로는 제주 서쪽 해안이 훤히 보인다. 일몰감상하기 좋은 곳이라 하더니 진짜 그럴것 같지만... 한시간 이상 이곳에서 대기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가기로 하다.

 

남편이 봄에 올라왔을땐 한라산 백록담처럼 이곳에도 물이 고여있었다는데 오늘은 물이 없다.

 

아들이 찍어준 사진
4시35분 금오름에서 내려와 근처의 이시돌목장으로 이동하다. 
성이시돌 목장은 1954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에 온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황무지였던 목장 주변을 개간해 경작하고 새로운 농업 기술을 소개하며 생겨났다고 한다. 
 
우유부단 카페다.
이시돌목장에서 나는 유기농 우유로 만든 밀크티 한병씩 사다. 코로나19 로 실내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군데군데 우유곽 모양의 야외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테쉬폰
시간이 많으면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 성전도 들어가볼수 있다하는데, 우리는 시간상 다음 목적지인 '나홀로 나무'로 이동하기로 하다.
시간이 5시를 가리키고 있으니 곧 해가 떨어질 시간이다.
 
나홀로 나무는 지나는 길에 잠시 머물러 사진찍을 수 있는 포토죤같았다.
 

서쪽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나홀로 나무 주위를 서성이며 저녁노을을 감상하고는 저녁식사를 위해 딸램이 추천하였던 '연리지가든'으로 출발하다.
5시반경 해가 지니 금방 어두워지는데 차는 외딴 숲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여느때같으면 대기줄이 서있을 정도라 하는데, 식당안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
예약을 하지 않았으나 바로 자리 안내를 받고 식사주문... 이때까지는 갸우뚱이었다.
지난 봄에 다녀갔던 목포고을과는 다른 느낌이다.
 
우선 흑돼지고기 3인분 시키고, 혹시 멸젓을 주시나 물었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달라하시면 드리는데, 이리 맛있는 고기에 왜 멸젓을 찍어먹냐 말씀하신다. 고기맛에 대한 자신감??
 
드디어 식사 시작.....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이 쫙 퍼지는게 돼지고기 단품메뉴로 승부를 걸만한 맛이다.
 
우리가 일찍 찾아오길 다행이지 6시무렵이 되자 예약했던 젊은 손님들이 하나 둘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후로 2인분 더 시켜서 아들과 함께 하는 맛난 식사를 하고 6시40분경 숙소로 향하다. 
오늘 식사비는 아드님이 내셨다~~^^
 
숙소에 도착하니 7시 8분... 
 
운전하느라 맥주한잔 못한 아들이 걸려 미리 준비했던 제주에일맥주 한잔하다.
 
바깥풍경이 궁금하다하며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아들.... 
하늘이 별이 반짝반짝한다며 별보러 나가자 한다. '언제 또 엄마하고 별보겠어~~~~'
 
별사진 찍겠다며 아빠 카메라 장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아들따라 잠바 단단히 입고 따라 올라가 별보기..
외딴집이라 주변에 빛이 덜하니 별이 더 잘보이는 듯하다.
 
'와 성운도 보이네요~~~'  '저기 별들이 둥글게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게 성운이예요~~~'
'저건 은하수 같아~~'
 

행복한 제주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