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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 제주의 봄

비오는 날엔 비자림, 그리고 종달리 해녀 (3월12일)

by 바이올렛yd 2022. 4. 11.

아침부터 비가온다. 

사실 일기예보에 목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비예보가 있어 한라산 등반예약을 수요일에 했었는데, 그 결정은 옳았다.

전날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려 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금쪽같은 우리 일정에 날씨가 그리 방해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오늘일정은 비와도 상관없는 일정으로 잡기...

아침식사는 전날 올레시장에서 사온 오메기떡이랑 과일로 간단하게 먹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딸램의 안내에 따라 조천 함덕초등학교 근처의 상춘재로 향하다.

나름 핫한 곳이라서 자칫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하는데..... 비도 오고, 브런치시간으로 딱 맞을 시간에 도착하여 우리가 들어갔을 때엔 한테이블만 식사중이었다. 그렇지만 곧 손님들이 들어찼다.

 

셰프님이 과거에 청와대에서 한식요리사로 근무했었다 하는데, 식당 이름을 상춘재로 정한걸 보면 나름 자부심이 크신 모양이다. 음식은 돌문어비빔밥과 해물돌솥비빔밥을 주문했는데 대체로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이 주차장은 만차다. 

 

구좌로 점프하여 풍림다방...

옛날 양옥집을 리모델링한듯한 곳에 카페이름도 구식인데, 이 또한 매력이라 젊은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실내 인테리어도 달걀동동 띄운 쌍화차를 시켜야 할것마냥 구식이지만, 거실에서 주문하고 각 방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나누는 방식이 나름 재밌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아마도 주방이 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거리두기로 가까이 앉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좋은 자리는 모두 차지하고 있어 우리는 방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를 마시고 나와 동네한바퀴 산보하기로 하였다. 

짧은 제주여행을 할라치면 이렇게 마을을 거닐어 보는 건 쉽지 않은데, 남편의 제주살이에 오늘 날씨가 한몫한다.

 

소품파는 가게가 있어 들어가보다.

 

풍림다방 간판이 있는데, 이곳은 영업을 안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갔던 풍림다방 약도가 그려져있다.

 

풍림다방을 비롯하여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거리를 따라 소품점들이 생겨났나보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듯한 소박하지만 격이 있는 거리였다.

 

제주의 북동쪽 김녕해수욕장 방향으로 이동 중 만난 유채밭에서 잠시 포토타임을 갖다.

 

수확을 마친 당근밭이다. 이삭줍기하면 많이 주울 듯~~~^^

 

당근밭

평대리해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목길을 잠시 걸어 딸램이 안내하는 소품매장을 찾아갔다.

 

평대리 홀라인 매장에 들어가 구경... 남편은 마음에 드는 바지하나 눈독들이다가 사이즈가 없어 못샀다.

 

평대리 해변 인근에 있는 당근과 깻잎카페를 찾았다. 

제주 동뜨락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제주당근카페란다.  

 

우리가 갔을 때엔 오직 당근주스만 주문할 수 있었다.

 

당근주스를 마시고 나오는데, 당근농부아저씨가 우리를 당근밭으로 안내한다. 뽑아가도 된다하시며...

 

이런 색다른 재미가.....  

 

카페안에 있는 잡지 기사에서도 보았지만, 당근농부아저씨는 나름 유명인사이신가보다.

마침 취재차 찾아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인터뷰예정이신가보았다.. 농정신문인가???

 

이제 비자림으로 이동하다.

'비자림은 비오는 날 가는거야?' 나름 개그를 한건데 우리 딸램.... 어이없다는듯이 픽 웃는다.

남편은 이미 며칠 전 비자림에 다녀갔는데, 그때에도 비가 왔다했다.

 

비자림은 비자나무 숲이었다.

숲길을 걸으면서 남편에게 내가 물었었다. 비자나무 숲이라 비자림인가?

그런데 남편이 웃었다. 왠지 어이없는 웃음으로 느껴졌었는데.... 비자나무라는게 있었네 있었어~~~ 

 

결론은 '국내에도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숲이 있다.'

비자나무도 처음 알았고, 말로만 듣던 비자림이 이토록 많은 거목들이 군집해 있는 멋진 숲이라는 것 또한 처음 알았다.

 

구좌의 풀무질책방을 향해 이동하느라 마을앞에 주차하고 발견한 허름한 종묘사 간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품점을 운영하는 여름문구사에 들어가보았다. 좁은 가게안에 사람들이 많다.

처음엔 좀 이런게 어떻게 먹히나 하는 약간의 의아함이 있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게 요즘 트랜드한 사업인가보다. 

 

소꿉장난하듯이 그려지거나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문구들...

그런데 이번여행에서 딸램따라 들어와 자꾸 보게되니 조화롭지않게 안어울리는듯 하지만 또 어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곳에서 메모지와 엽서한장 구입했다.

 

여름문구에서 나와 딸램을 따라 제주 풀무질 책방을 향해 걸어서 이동하다. 요즘 지도어플이 잘되어있어 어디든지 정확한 주소만 알면 다 찾아가게 되어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남편은 대학시절 추억속의 풀무질 책방을 떠올리며 이곳을 궁금해했다.

 

많은 사람들의 흔적들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그중 우리지역에 있는 작은책방 주인님 이름도 발견하여 반가웠다.

책방 주인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보니 남편의 추억속의 풀무질은 바로 이곳 제주에 자리잡고 역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수십년전 동시대에 명륜동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서 오는 친밀감?  

 

이곳에서 책한권 구입하여 기념삼아 책 안쪽에 스탬프를 찍고, 책방을 나오는데 함께 따라나오며 인사하시는 책방주인님...

우리가 책방앞에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손수 찍어주시겠다 하신다.

 

다음일정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늘 일정을 제주북동부로 제약을 두게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종달리 해변에 있는 '해녀의 부엌'이다.

언제 예약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딸램이 엄빠를 위해 준비한 깜짝이벤트였다. 예약시간 맞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옛날 해녀복장을 한 아가씨가 우리자리로 안내해준다.

 

이곳은 원래 활선어 위판장이었다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해녀들이 사용하던 태왁이 걸려있다.

 

해녀복을 입은 분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니 딸램 이름이 씌여져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과 종달리의 나이드신 해녀들이 직접 출연하는데, 해녀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희노애락이 담겨있어 애잔한 마음에 줄곧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공연이 끝나고 이어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음식준비 또한 종달리 해녀님들이 직접 하신다고 한다.

 

식사가 끝나고 연로하신 해녀님이 나오셔서 여러가지 경험담을 이야기하시고 재치있는 농담도 더러 하신다.

해녀로 살아온 인생에 가장 행복한 요즘이라고.... 이곳에서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날을 내심 기다리신다 하셨다.

건강하시길...

 

긴 여운이 남는 곳 '해녀의 부엌'이다.

 

행복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앞으로 더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

해녀로 고단한 삶을 오랫동안 살아오다가 말년에 이런 행복을 누리고 사신다는 연로하신 해녀님의 행복해 하는 말씀과 표정이 눈앞에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