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40 [까미노 9.] 기회는 아무 때나 주어지는 게 아니야 | 240512 나헤라(Najera)에서 산토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 )까지 21.5km 5시간 20분 소요 (am 6:10 ~ am 11:30)2024년 5월 12일 주일 지난밤은 고난의 밤이었다. 바로 옆 침대에 대단한 코골이 부부가 밤새 드르렁댔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새벽 1시 넘어 우유 한잔 마시고 귀마개를 최대한 밀어 넣고 잠을 청했는데 다행히 잠이 조금 들었던 것 같다. 새벽 4시경 알람이 울린다. 코골이 부부의 침대에서 나는 알람소리가 분명한데 안 일어난다. 결국 일어나 알람을 끄는 것 같더니 짜증스럽게도 10분 후 또 울린다. 그토록 코를 골며 잠을 잘 자니 알람을 맞춰놓고 자야 일어날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지만,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사람.. 2024. 9. 23. [까미노 8.] 화창하던 하늘에 소나기 구름이 몰려왔다. | 240511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 29.6km 7시간 30분 소요 (am 6:10 ~ pm 1:40)2024년 5월 11일 토요일 새벽 4시 옆침대 그라시아 님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나도 서서히 준비할까 했지만 나헤라 알베르게의 침대에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여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5시경 알베르게 식당으로 나오니 젊은 부부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라시아 님은 벌써 출발했는지 안 보인다. 언제까지 배낭을 보내고 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곧 직접 짊어지고 걸을 날이 올 것이라 믿고 배낭을 꾸려 동키서비스 신청했다. 5시 반경 남편을 깨워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 6시 10분경 알베르게를 나섰다. 하늘빛이 전날과는 다르게 푸른빛이다. 동이 틀 시간이 머지않아서 .. 2024. 9. 13. [까미노 7.] "당신은 왜 이 길을 걸어?" "또 다른 나를 찾을거야" | 240510 로스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28km 6시간 40분 소요 (am 5:50 ~ pm 12:30)2024년 5월 10일 금요일 9시 넘어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경 깼는데 뭔가 모를 개운함이 느껴진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잠이 들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러나 그 이후 4시 넘어서까지 침대에 갇혀 뒤척이다가 4시 20분경 1층 주방으로 내려와 불을 켜고 전날 쓰다만 일기에 추가해서 더 썼다. 정적이 흐르는 조용한 신새벽에 홀로 앉아 있으니 이게 현실인가 싶다. 잠도 못 자고 매일 2~30km씩 걷고 있는 현실이 분명 고된 나날이긴 한데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견뎌내고 이제 적응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니 잠못자.. 2024. 9. 4. [까미노 6.]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연이가 걸었구나! | 240509 에스테야(Estella)에서 로스 아르코스(Los Arcos)까지 21.5km 5시간 45분 소요 (am 6:15 ~ pm 12:00)2024년 5월 9일 목요일 공용 샤워실 앞 구석진 자리에 있는 침대라서 도미토리 형식이긴 하지만 우리들만의 공간이 확보된 듯 조금은 편한 잠자리였다. 같은 방 반대쪽 화장실 앞에 수리비를 점프한 한국남자 둘이 사용했는데 그분들로부터 나는 소음이 간간이 들렸으나 간격을 두고 있는 상태여서인지 견딜만한 정도였다. 점차 수면환경이 익숙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쾌적한 수면을 하고 5시 넘어 떠날 준비를 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공동주방에 앉아 전날 먹고 남은 바게트 빵과 바나나,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고 6시 15분경 출발하였다. 마을을 벗어날 무렵 점차 어둠은 가시.. 2024. 8. 26. [까미노 5.] 에스테야 가는 길에 내 속에 숨어있던 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 240508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에서 에스테야(Estella)까지 22km 6시간 10분 소요 (am 6:00 ~ pm 12:10)2024년 5월 8일 수요일 어버이날이다. 시차관계로 전날 알베르게에 도착해 미리 엄마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스마트한 우리 엄마, 내가 쓴 글에 하트를 날려주셨다. 지난밤은 난간 없는 2층 침대에서 자느라 꽤 힘들었다. 어떻게 2층침대에 난간이 없을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그동안 아무 탈이 없었으니 유지되고 있을 테다. 새벽 5시가 되자 알람이 울렸다. 이태리 할머니 윗침대를 쓰는 서양여자분의 휴대폰이 울린 거다. 혹시 어제 새벽 팜플로나에서 울렸던 알람의 주인공이 바로 이분인가? 그녀는 역시 일어나지 않았고, 나와 남편만이 5시 20분경 일어나 .. 2024. 8. 21. [까미노 4.] 용서의 언덕에 오르자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 240507 팜플로나(Pamplona)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까지 25km 7시간 30분 소요 (am 6:30 ~ pm 2:00)2024년 5월 7일 화요일 지난밤 다리 아파도 2층으로 올라가길 잘했나 보다. 모처럼 꿈도 꾸며 잠을 잤다. 새벽 4시경 잠이 깨어 연이와 연락하고 다음코스 살펴보고 있노라니 알람소리가 울린다. 10분 후에 같은 알람소리가 또 울린다. 아마도 아래층에서 울리는 소리 같은데 한통으로 뚫려있으니 위층까지 다 들린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되어서 일찍 눈이 떠지는 탓에 굳이 알람이 필요 없는 우리와는 다르게 이쪽 지방사람들은 알람소리 듣고 간신히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5시경 천천히 떠날 준비를 하였다. 여기저기 부스럭대.. 2024. 8. 17. 이전 1 2 3 4 5 6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