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세까(Molinaseca)에서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25km
7시간 30분 소요 (am 5:50 ~ pm 1:20)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전날 일찍 들어와 오후에 단잠을 자던 옆 침대 여자분. 낮에도 시끄러웠지만 밤에도 역시나 꽤 시끄럽게 잠을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긴 했나 보다. 새벽 5시경 눈을 떠 준비하고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왔다.
하늘은 맑고 전날 넘어온 동쪽 산 위로 밝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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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새벽에도 우리 앞에 걷던 뚱뚱한 아르헨티나 남자는 오늘도 묵주를 들고 천천히 길을 걷고 있다. 알베르게에서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그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도 묵주를 손에 들고 우리 아들 딸을 위하여 기도를 시작했다. 각자 하고자 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기를, 또한 아픈 진이가 빨리 회복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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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느라 뒤로 처지는 남편을 뒤로하고 약간 언덕진 도로를 걷다가 순례길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려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반대변에서 차가 나타났다. 굽은 길이라 보이지 않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며 달려와 깜짝 놀라 뛰어 건넜더니 뒤따라오던 남편이 그렇게 길을 건너면 어떡하냐며 소리친다. 갑자기 차가 나타날 줄 나도 몰랐다 하며 변명을 했지만,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고 나서 좀 정신이 없었다. 레온을 떠나오면서도 아침시간에 위험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또 한 번 겪고 나니 찻길 건널 때 더욱 조심해야겠다 한 번 더 생각했지만, 소리친 남편에겐 좀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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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깜뽀라는 마을이 나온다. 이른 시간이라 골목은 조용하기만 하다. 마을을 지날 때엔 스틱사용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기에 조심조심 골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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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해가 떠오를지 몰라 뒤를 자꾸 돌아보며 길을 걷게 된다. 멀리 희끗희끗 하얀 모자 그라시아 님이 보인다. 우리와 떨어진 거리로 보아 5시 30분경 출발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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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농촌 들녘을 지나 언덕길로 오르는 중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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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리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언덕을 오르니 그라시아 님이 사진 찍느라 멈춰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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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이는 마을과 멀리 산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다가 그제야 제대로 아침인사를 나눴다. 전날 묵은 알베르게에는 순례자가 두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편안한 잠자리가 되었을 것 같다. 오늘도 23km 지점 까까벨로스에 알베르게를 예약했기에 그곳에서 멈출 예정이라 하여 우린 마을 하나를 더 이동할 거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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뽄페라다에 도착했다. 전날 만났던 청년들은 이곳까지 이동한다고 했었는데 역시 전날 묵은 몰리나세카보다는 훨씬 큰 도시였다. '철로 만들어진 다리'라는 의미의 뽄페라다는 11세기 아스또르가의 주교가 순례자들이 실 강과 보에사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건설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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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템플기사단의 성이 아침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12~13세기에 지어진 템플 기사단의 성의 규모는 무려 8000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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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기사단의 성 맞은편에 성 안드레스 성당이 있고 성당 앞에 고깔모자를 쓴 동상이 서있다. 스페인에서는 참회의 상징으로 고깔모자를 착용하며 이들을 코프라디아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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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아 바실리카 성모성당 광장에 떡갈나무와 성모님을 손에 든 동상이 서있다. 이 성당 안에 16세기에 만들어진 비에르소의 수호성인인 엔시나의 성모상이 있다 하는데 들어가 보진 못했다. 엔시아 성모상에 대해 찾아보니 템플기사단과 관련된 전설이 있었다.
<엔시나의 성모상에 대한 전설> 어떤 템플 기사단원이 성의 건설에 대들보로 쓸 나무를 베어오라고 나무꾼에게 명령했습니다. 대들보로 사용할 커다란 나무를 베기 위하여 숲 속으로 들어간 나무꾼들은 이상한 빛을 보았고, 그 빛은 신비스러운 광채를 뿜고 있는 떡갈나무로 그들을 인도했습니다. 나무꾼의 제보를 듣고 숲에 다다른 기사는 커다란 떡갈나무 구멍에 성모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템플 기사단은 이 성모상을 위해 성전을 짓기로 했고 엔시나의 성모를 이 지역의 수호성인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나무를 자르는 과정에서 성모상이 안고 있던 아기예수의 다리 부분이 도끼에 상처를 입게 되었고 그 이후로 뽄뻬라다의 사람들은 항상 성 모자에 기도를 올립니다. 출처 - 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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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들이 재미있다. 도시를 빠져나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고 공원을 지나 오래된 폐공장 같은 건물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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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굴뚝이 서있는 폐공장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유명서점과 함께 카페가 들어섰던 부산에 있는 F1963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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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지대를 지나 꼼포스티야에 있는 빠에 들어가 커피와 쵸코우유를 시켜 빵 몇 조각과 함께 가방에 들어있는 사과파이를 꺼내어 함께 먹었다. 분명 쵸코우유를 시켰는데 따듯한 초콜릿이 컵에 담아 나왔다. 정성스럽게 직접 서빙까지 해주었지만 이리 단 걸 어찌 먹나 당황스러웠다.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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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에서 나오니 갑자기 낯익은 젊은 청년들 무리가 나타났다. 아마도 그들은 뽄페라다에서 출발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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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가 꼴룸브리아노스 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지나면서 발견한 한글 낙서가 반갑다. 누군가 이름을 이용해 2 행시를 써놨다. 체리가 많이 나오는 철이라 노상에 무인판매대도 마련되어 있다. 한 봉지에 3유로. 배낭 속에 남은 체리가 있어 우린 그냥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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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적지가 다른 그라시아 님과 혹시 마지막 여정일지 몰라 인사하고 우리는 앞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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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뽀나라야 마을이 보인다. 날이 전날보다 뜨거워서 땀이 제법 났다. 남편 주머니에 넣고 출발했던 체리봉지를 내 배낭에 넣었기에 남편 보고 꺼내달라 했다. 마을을 지나면서 우물이 나오면 재빨리 씻어 걸으면서 먹으려 했는데 마을을 다 지나가도록 우물이 없었다. 남편은 스틱 들고 체리봉지 불편하게 들고 30분 이상 걷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영 표정이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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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포도송이 조각과 포도송이를 수확하는 사람의 조각상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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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빠져나올 무렵 드디어 숲길 초입에 샘물이 있다. 쉬고있던 지예 닮은 아가씨가 와인을 1.5유로인가에 파는 빠가 있어 마시고 왔다며 혹시 좋아하시면 드시고 가라 권하며 자리를 떴다. 체리를 씻어 벤치에 앉아 먹고, 바나나도 함께 먹었다. 남편과 말없이 30분 이상 걸었던 걸 서로 이야기하면서 퉁명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사이 청년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고 뒤에 그라시아 님이 나타나 '멀리 못 갔네요!' 하며 반가워하며, 천천히 쉬다 오라며 지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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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떠름했던 기분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했다. 주변에 포도밭이 많이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그라시아 님을 다시 따라잡았다. 다음 마을에서 멈출 거라 시간이 너무 여유롭다며 다음부터는 딸에게 알베르게 예약을 하지 말라고 얘기해야겠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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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인사하고 우린 앞서 걷기 시작했는데, 천천히 걷던 그라시아 님이 막 뛰어오면서 부른다. 길가에 네잎크로바가 있어 내게 선물하려고 땄다며 건네준다. 그라시아 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다. 혹시 잃어버릴지 몰라 가방 안에 고이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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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십자가를 지나온 이후 지나는 마을마다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주황색바지 한국아가씨를 다시 만났다. 외국인 남자와 불라불라 영어로 대화를 신나게 하며 오래도록 함께 걸었다. 대화가 자유롭게 되니 얼마나 좋을까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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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경 까까벨로스에 도착했다.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가자며 길가에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남편이 맥주 두 잔과 하몽이 올려진 빵을 사가지고 왔다. 구름 낀 마음이 다시 맑아졌다. 청년들 무리가 지나가고 그 틈에 끼어있던 캐나다아가씨가 '베리 굿'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웃으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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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배낭을 들춰 메려 하는 데 그라시아 님이 보인다. 우린 마을 하나를 더 가야 하기에 기다렸다가 진짜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포옹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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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마리아 데 라 쁠라사 성당이다. 중세시대에 건축된 성당과 달리 성전은 차분하다. 16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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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외곽에 있는 낀따 안구스띠아스 성당을 지나 도로변 길을 따라 걷는 중 갈림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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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또는 오른편길로 가라 안내되어 있는데 외국인여자분이 우리에게 길을 묻는다. 우린 오른편으로 갈거라 말했더니 그녀도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잠시 후 언덕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뷰리플'을 연발한다. 우리의 선택이 좋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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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배낭에서 사과를 꺼내어 하나씩 들고 먹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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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는 없을 것 같은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나고 풍경은 아름답지만 오르락내리락 길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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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프랑카까지 3.3km 남았다.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지만 순례 중 갈증이 안나도 물은 꼭 마시라는 그라시아 님의 조언에 따라 일부러라도 중간에 물을 마신다. 그러나 오늘은 진짜 갈증이 나서 물을 마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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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함께 마을로 우회하는 길을 들어섰던 여자분과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비슷한 보폭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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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벨로스에서 두 시간가량 더 걸어 오후 1시 20분경 비야프랑카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공립알베르게를 지나쳐 조금 더 마을 쪽으로 이동하다 왼편에 좀 특별해 보이는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아주 오래전부터 순례자를 위한 숙소로 운영을 해왔는지 순례자 물품들이 골동품 애호가들처럼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다.
알베르게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앞서 걷던 청년들 무리가 먼저 들어와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 뒤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청년들무리는 본관 2층으로 안내하고 우리는 마당 건너 창고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어두침침한 곳에 벙커침대들이 놓여있는데 첫 느낌은 그다지 쾌적해 보이지도 않고 비좁기도 했다. 어쨌든 침대 1층을 나란히 배정해 주어 짐을 풀었다. 우선 마당가에 있는 빨래터에서 손빨래를 해놓고 나니 다소 늦게 들어온 탓으로 건조대 공간이 부족하다. 준비해 갔던 빨랫줄을 그늘막 기둥에 단단히 묶어 빨래를 널어놓으니 흡족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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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까까벨로스에서 빵 한 조각 먹었다고 좀 낫다. 점심식사도 하고 마을구경도 할 겸 밖으로 나갔다. 알베르게 바로 옆에 산티아고 성당이 서있고 마을 쪽으로 내려가니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르께스 후작의 궁전이 있다. 16세기에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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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를 돌아 모퉁이에 있는 빠 옆을 지나는데 길에서 자주 만난 일본에서 오신 남자분이 식사하고 일어서시며 이 집 파스타 맛있다고 말씀하신다. 그분 말씀에 따라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간단하지만 파스타맛은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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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난 후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았다. 비야프랑카의 지형은 굴곡이 심해 오르락내리락 길이 많고 골목에 계단도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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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성인상이 서있는 흰 벽의 건물은 아눈시아다 수도원이다. 성 프란시스코 성인이 산티아고 순례를 가는 중 이곳을 지나갔는데,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이곳에 프란치스코 수도원을 세우길 간절히 청했다고 한다. 이후 나폴리 부왕의 딸 마리아 데 똘레도 이 멘도사가 클라라 수도회의 수도원인 아눈시아다 수도원을 세운 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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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공사 중인 부분이 있어 돌아서 가파른 계단을 통해 높이 올라오니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빠 앞에 늘어선 야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순례자들이 보인다. 스페인하숙 촬영지가 궁금해 찾아가 보니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으로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현재 자연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일부는 호텔이라 한다. 마당까지 들어가 보니 현재 알베르게 운영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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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여있는 사람구경도 하면서 마트 들러 과일이랑 물사고 돌아오는 길에 연이와 영상통화했다. 운동 다녀와서 씻고 잘 준비하고 있다며 엄마 아빠가 자주 연락을 안 하는 걸 보니 도대체 집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이야기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모처럼 연이와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을 위해 빨리 자라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알베르게를 향해 걷는 중 높은 언덕 위에 산 프란치스코 성당이 있어 올라가 보았다. 높은 곳에 있다 보니 건너편에 거대한 마르께스 후작의 궁전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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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성당문은 굳게 닫혀있어 외관만 둘러보고 마을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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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진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천천히 산보하기에 좋은 길 같다. 움푹 들어간 마을을 거쳐 다시 올라가야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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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에 돌아오니 마당가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이도 있고 몇 명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이도 있고 한편에선 청년들이 모여 앉아 기타 치고 노래하고 있다. 느지막이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우리 방으로 들어왔는데 상당히 시끄럽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례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는지 한마디 하고 싶지만 꾹 참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중 남녀는 모자지간이었다. 몸이 좀 불편한 아들과 함께 순례길에 나선 모양이었다. 아들은 날이 뜨거운데 웃통을 벗고 걸어 등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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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알베르게에 순례자식사를 신청해 여럿이 함께 모여 앉아 식사했다. 우리 테이블엔 혼자 순례길에 나선 스페인 여자, 이태리에서 온 부부와 젊은 청년들 무리 중 하나가 함께 했다. 스페인여자는 역시 영어가 잘 안 통했다. 어차피 나와 그녀는 영어를 잘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바디랭귀지로 나름 소통이 되었다. 이태리 부부 중 아내가 다리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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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날 무렵 갑작스러운 생일축하자리가 이어졌다. 청년들 무리 중 생일인 여자가 있어 알베르게에서 급조된 파이에 초를 꽂아 축하노래를 부르고 알베르게 주인장이 와인을 가지고 나와 한잔씩 따라주었다.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고 술이라 말해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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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아버지댁에 온 것 같은 느낌, 역시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화장실시설은 좋아 다행이다. 날이 좋아 빨래는 금방 말랐다. 내일 새벽에 간단하게 길을 나설 수 있도록 배낭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어 좋지만, 남편 침대 위층에는 늦게 들어온 순례자가 이용하는 바람에 삐걱거려 불편할 것 같다.
언제 또 다시 이런 체험을 해보겠나? 만약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때엔 좀 더 여유있게 일정을 잡아 움직일 수 있겠지. 분명 산티아고 순례길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특별함이 있다. 오늘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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