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체코의 아침.
앞으로 두 밤만 자면 귀국이다.
그러고보니 우여곡절끝에 이루어진 길고 긴 장거리 여행길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전 우리가 세계사를 배우던 시기에는 분명 체코슬로바키아로 배웠는데, 언제 체코로 바뀌었지 싶었다.
그래서 자료탐색....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연방이 구성되었었는데, 1992년 11월 25일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슬로바키아 연방 의회가 헌법 542호를 통과시켜 연방구성 74년만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헌법 542호의 골자는 연방해체이며 분리 날짜는 12월31일.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독재체제가 1989년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무혈혁명으로 막을 내렸는데, 이를두고 벨벳혁명이라 한다. 그와 같이 분리하는데에도 유혈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를 벨벳이혼이라 한다고~~~
체스케부데요비체는 잘츠부르크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의 중간쯤 위치해 있다.
오늘 일정은 다소 늦은 시간인 10시경 체크아웃하여 인근에 있는 체스키크룸로프에 들렀다가 프라하로 이동할 예정.
창문 밖을 내다보니 구름낀 하늘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오늘도 여지없이 밖으로 나와 구시가지쪽으로 걷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물들이 장벽처럼 빈틈없이 들어서 있어 좀 답답한 느낌이 든다.
현장에서 볼 때에는 건물들만 보여 자칫 삭막함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건물들 뒤로는 나무들이 심겨져 있기는 하다.
손보지 않은 낡은 건물을 유지한 채 창문을 모두 막아버린 집들이 더러 보이기도 했다.
빠른 걸음으로 동네한바퀴 돌고는 호텔로 돌아오다.
엘리베이터 안에 간이의자가 접이식으로 설치되어있다. 노약자를 위해 좋을듯~~~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시간까지 약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 근처의 쇼핑몰에 구경가다.
오전10시.....
체스키크룸로프로 출발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현지가이드 아가씨를 만나 걸어서 이동하다.
체스키크룸로프 성까지 이동하는 데 숲길이 펼쳐진다. 싱그럽다.
헝가리에서 온 우리가이드와 현지가이스의 뒷모습이 꼭 연인같은데.....^^
드디어 동화속에 나올듯한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로 들어온다.
체스키크룸로프는 13세기 크룸로프의 영주가 돌산 위에 성을 건축하게 되며,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14~16세기에 수공업과 상업으로 번영하였다고 한다. 영주의 성은 고딕양식을 중심으로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건축양식으로 로벤베르그와 슈바르젠베르그 가문에 의해 16세기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의 탐색경로는 주차장 - 체스키크룸로프성 - 체스키크룸로프 성 탑 - 이발사의 다리 - 스보르노스티광장
마을을 끼고 도는 블타바강과 조화롭게 오밀조밀 들어서 있는 마을 풍경이 참 예쁘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알려져 있어 각종 매체의 촬영지로 각광받는 곳이라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 할 것 같다.
더군다나 도시의 이름도 의미를 찾아보면 참 서정적이다.
체스키는 '체코의', 크룸로프는 '오솔길'. 체코의 오솔길...... ^^
아치형 프레임 속 중세시대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
다리 아래부분이 아치형으로 되어있는 망토다리가 보인다.
경사진 언덕위의 성 사이에 있는 협곡을 연결하는 다리로 원래는 15세기에 목조로 만들어졌는데, 재건을 통해 석조기둥위에 아치모양으로 3층까지 덮어 올려졌다고 한다. 다리가 협곡을 연결한 모습이 마치 등에 둘러진 망토같다 하여 망토다리라는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한때 흑사병을 피해 귀족들이 망토다리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망토다리를 건너 아랫쪽의 성으로 이동하다.
영주들이 살았던 공간으로 우물정자 모양이다. 이곳 내부에 360개의 방이 있으며,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고대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라 한다.
벽돌모양도 창문모양도 입체적으로 그려 넣어 착각을 일으킨다.
더러 창문모양, 철창모양까지도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아랫쪽 성을 통과하여 밖으로 나오니 바로 체스키크룸로프 성 탑이 있는 광장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탑 '흐라데크 타워'는 높이가 54.5m이며, 160여개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360도로 마을을 전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린 올라가지는 않았다. 탑 아래부분은 현재 체스키 크룸로프의 귀족들의 생활상을 전시한 박물관이라 한다.
성문 옆 오른쪽 건물 상단의 벽에 중세시대의 해시계가 그려져 있다.
보이는 건물들의 외벽마다 각기 다른 벽돌모양을 그려넣어, 멀리서 보면 정말로 다양한 벽돌을 이용하여 건축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듯하다. 색채를 그려놓은 다음 마르기 전에 긁어내는 방법의 스그라피토 기법으로 르네상스시대에 유행했던 기법이라 한다. 실제 벽돌을 쌓아 건축하는 것보다는 건축비용이 많이 절감되었을 것 같기는 하다.
성문 양옆의 창살 아래로는 곰사육장이 있다.
성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와 마을로 들어서다.
이곳이 포토죤인가보다. 우리나라의 젊은 연인이 사진을 찍느라 삼각대를 맞추며 이곳에서 한참동안 머물렀다.
성 아래의 라트란 거리이다.
이 거리에는 주로 영주를 모시던 하인들이 살았었다고 한다.
성당 앞을 지나 좀 더 걸으니 블타바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2세의 아들과 가난한 이발사의 딸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발사의 다리이다.
루돌프 2세와 이발사의 딸이 결혼했는데, 정신병을 앓던 남편이 아내를 죽이자 왕이 이를 백성들에게 추궁하여 며느리를 살해한 범인이 나올 때까지 한 명씩 죽였다고 한다. 피바람을 막기 위해 이발사가 거짓 자백을 해 대신 죽음을 택하고 말았는데, 이 후 마을 주민들이 이발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 다리를 세웠다는 이야기.
이 다리를 기준으로 성이 있는 구시가지와 반대편의 신시가지로 구분되며, 다리 아래로 흐르는 블타바 강은 프라하까지 이어지는 무려 430Km의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이라 한다.
다리 한가운데에 십자고상이 있고 맞은편에 성 요한 네포무츠키 동상이 서있다.
골목길을 지나 영화 아마데우스를 촬영했다는 스보르노스티 광장에 도착하다.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으로 이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광장이다.
광장 한켠에 있는 탑은 1715년 흑사병이 멈춘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성 삼위일체탑.
정해진 일정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 예약된 점심시간을 조금 앞당긴 후 잠시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지다.
우선 언덕길로 올라가 보기로 하다.
십자고상이 보이고
오른편에 성당이 있다.
성에서 보았던 마을풍경 속 오른쪽 뾰족탑... 성 티토 성당이다.
성당안에 들어가 잠시 제대를 바라보며.............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는지 꽃장식이 되어있다.
성당 옆에 있는 박물관
다시 밖으로 나와 골목길 걷기.. 성 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건축물에도 눈속임 벽돌모양 스그라피토 기법이~~~^^
우연히 발견한 뷰포인트.... 건물사이로 보이는 흐라데크 타워
골목길을 다시 내려 오면서 본 성 티토 성당
밀랍인형들을 전시한다는 왁스 박물관
다시 광장으로...
예전엔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동굴을 식당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는데, 이곳 역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집인가보다.
갑자기 문제가 생겨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다.
예약시간 앞당길 때 서로 소통의 문제가 있었나보다. 식당측에서는 정해진 예약시간에 오라하고, 우리 가이드는 아까 앞당겨서 예약시간을 바꾸지 않았느냐 하고 ........??^^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들때문에 예약시간을 변경하는 건 좀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은 가는데....
어쨌든 우린 다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좀 전에 누렸던 자유시간보다 좀 더 긴 시간이 주어졌다.
사진찍기를 즐기는 우리에겐 굿타임이다.....^^
다시 여유를 가지고 성당쪽 골목을 다시 한번 보고, 아까 걷던 그 길을 찾아가다.
빈티지한 느낌의 건물에 모나리자라고 써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걸 보니 인기있는 가게인가보다. 가게 앞에 앙증맞은 자동차가 한 대 서있다.
강변에 다다라 뒤를 돌아보니, 성 티토 성당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걸어서 구경하기 딱 알맞은 넓이의 마을에 볼것이 옹기종기 가득하다.
S자로 굽어 마을을 가로 질러 흐르는 부드러운 강물 때문인지 마을의 풍경이 참 온화해 보인다.
강변엔 주로 호텔, 펜션이나 카페가 들어서 있다.
블타바 다리를 건너 강변에 나란히 서있는 호텔과 성티토성당과 도서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건너 강변을 따라 걷다.
오래된 돌담 밑에서 사진찍기...
손이 닿을 만한 벽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스쳐간 듯 성한 데가 거의 없는 골목길 풍경.
그 자체로도 때로는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의지에 따라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다.
걷다가 만난 우리나라 젊은이 둘이 이 도시에 막 도착했는지 덩치 큰 캐리어를 밀면서 숙소를 찾아가는 듯....
한손으로 구글지도를, 한손으론 캐리어를 미는 데 돌로 만든 길이라 잘 밀리지 않아 애먹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선심을 쓰듯 말하는 것도 자칫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우리 따님의 말이 생각나 그냥 보고만 말다.
절벽 아래 예쁜집들이 반영된 블타바 강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듯~~~
고요하다....
에곤실레 아트센터 뒷편에 높은 굴뚝...... 예전에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인가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임을 알수있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건물에 체코 국기와 체코를 상징하는 독수리 문장, 그리고 꽃잎 문양을 함께 새겨 놓았는데, 이는 당시 성의 영주였던 로젠베르그 가문의 문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체스키크룸로프는 에곤실레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에곤실레가 연인 발리 노이즐과 함께 살았던 마을이라고 한다. 실제 그의 작품에서도 이곳의 풍경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는데, 남편은 요즘 미술사를 공부해서 익숙했겠으나 솔직히 난 에곤실레를 이번여행을 하면서 처음 알았다..... ^^
주변에 에곤실레 미술관, 에곤실레 아트센터가 있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가 있지만, 거리에서도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에곤실레를 마지막으로 점심예약된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때 마침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차에 두고 내려, 손수건으로 대충 빗방울을 막으며 식당으로 향하다.
아직 우리가 앉을 자리는 비어지지 않았나보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일행들이 조금은 짜증이 나있는 상태로 점심식사를 하고......
다음 행선지인 프라하로 떠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그 사이 비는 그치고 우린 덕분에 젖어있는 크롬로프의 길을 걷다. 낭만을 생각하면 빗길을 호젓이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골목이다.
망토다리 아래를 지나 주차장으로......
누군가 에곤실레를 사랑하면 체스키크룸로프로 가라 하는데, 우린 우연히 이곳에서 에곤실레를 마음에 담고 블타바강 줄기를 따라 프라하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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