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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29.] 바위에 걸터앉은 순례자의 뒷모습도 아름답다. | 240602 뽀르또마린(Portomarin)에서 빨라스 데 레이(Palas de Rei)까지  25km 6시간 40분 소요 (am 6:00 ~ pm 12:40)2024년 6월 2일 일요일 지난밤은 대단한 소음으로 밤새 들썩였다. 다소 늦은 시간에 들어온 청년들 중 누군가 잠꼬대에 이까지 득득 갈아 불편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자 하나 둘 떠날 준비하는 소리에 분주했다. 우리도 어둠 속에서 대충 준비해 밖으로 나와 어제 남은 시리얼과 우유로 아침을 대충 먹고 6시경 출발했다. 어둠 속에 벌써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트래킹 멤버 중 제주에서 오신 분이 어디선가 나타나 인사했다. 사리아 이후로는 알베르게를 예약해 놓고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공립알베르게가 그나마 한가한 것 같다.  뽀르또마린은 1960년 .. 2025. 3. 15.
[까미노 28.] 산티아고까지 100km, 끝까지 무탈하게. | 240601 사리아(Sarria)에서 뽀르또마린(Portomarin)까지 23km 5시간 20분 소요 (am 6:00 ~ am 11:20) 2024년 6월 1일 토요일 사리아에 가면 무조건 막달레나 수도원 알베르게로 들어가야겠다 생각한 것은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란 점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었을 거다. 역시 조용하고 나름 쾌적하고 시설도 좋았는데 시내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아마 빈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조용한 가운데 잠을 자고 일어나 짐을 꾸려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 있는 자판기에서 팬케이크 두 개를 구입하여 전날 사뒀던 요플레와 우유를 함께 먹었다. 새벽 6시. 다시 어둠을 뚫고 출발했다. 전날 길을 잃고 내려가던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어두워서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리아를 지나면 .. 2025. 3. 9.
[까미노 27.] 선택의 기로에서 의미를 찾다. 우연이 아닌 필연? | 240531 뜨리야까스떼야(Triacastela)에서 사리아(Sarria)까지  24.5km 8시간 40분 소요 (am 6:40 ~ pm 3:20) 수도원관람(1시간) 포함2024년 5월 31일 금요일 새벽에 남편이 밖에 나갔다 오늘가 싶더니 아침에 일어나 별이 너무 예쁘게 떠있었노라 얘기한다. 이태리 아가씨랑 셋이서 자니 조용한 가운데 잘 잔 듯싶으나 간혹 침대가 들썩여 깨기도 했다. 5시 50분쯤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남편도 이태리 아가씨도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하고 있다. 불을 켜도 될까 말했더니 이태리 아가씨가 벌떡 일어나 불을 킨다. 깔끔하고 당찬 아가씨다. 볼로냐에서 왔다고 했었는데, 길에서 자주 만나 익숙하기도 하지만 같은 알베르게를 몇 번 함께 이용하면서 친숙해지기도 했다. 프랑스 부부도, 이태리.. 2025. 2. 28.
[까미노 26.] 안갯속에도 목표가 있으면 길이 보인다. | 240530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서 뜨리야까스떼야(Triacastela)까지  22km 5시간 20분 소요 (am 6:00 ~ am 11:20)2024년 5월 30일 목요일 밤사이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다. 단층침대에 8인실. 처음 침대배정받는 순간만 좋았다. 우리 방엔 강력한 코골이가 있었고, 늦은 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다 쓰러지셨던 분이 밤사이에도 침대에서 떨어졌다 하고 화장실에 가서도 쿵쾅거리다가 대변냄새를 풍기며 방에 들어왔다고 한다. 전날부터 두드러기인지 목이 가려워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잤더니 쿵 소리와 함께 약간의 소란스러움은 느꼈던 것 같지만 잠이 들기는 했던 모양이다. 남편은 한숨도 못 잤다며 지난밤 난리도 아녔다고 한다.  도망치듯 준비하고 나와 6시경 출발했다. 조금 더 늦게 출.. 2025. 2. 20.
[까미노 25.] Are you okay? I'm fine thanks! | 240529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에서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까지 30.5km 7시간 35분 소요 (am 6:00 ~ pm 1:35)2024년 5월 29일 수요일 오래된 알베르게이기도 했고 헛간 같은 공간에 침대가 있어 좀 꺼림칙했었지만, 마음을 돌려 예수님도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데 이쯤이야 괜찮지 싶었다. 밤사이 좀 덥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얼룩덜룩 두드러기처럼 일어나 가려웠다. 벌레에 물려 가려운 건지 아님 심리적인 불편함으로 인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도 잠은 좀 들었던 것 같다. 새벽에 깨어보니 5시 33분. 또다시 떠날 준비를 했다. 어둠 속에서 짐 챙기는 건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금방 준비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새벽 6.. 2025. 2. 14.
[까미노 24.] 사랑이 뜸뿍 담긴 그라시아 네잎클로버 | 240528 몰리나세까(Molinaseca)에서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25km 7시간 30분 소요 (am 5:50 ~ pm 1:20)2024년 5월 28일 화요일 전날 일찍 들어와 오후에 단잠을 자던 옆 침대 여자분. 낮에도 시끄러웠지만 밤에도 역시나 꽤 시끄럽게 잠을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긴 했나 보다. 새벽 5시경 눈을 떠 준비하고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왔다.하늘은 맑고 전날 넘어온 동쪽 산 위로 밝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전날 새벽에도 우리 앞에 걷던 뚱뚱한 아르헨티나 남자는 오늘도 묵주를 들고 천천히 길을 걷고 있다. 알베르게에서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그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도 묵주를 손에 들고 우리 아들 딸을 위하여 기.. 2025.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