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산티아고 순례27 [까미노 11.] 제발 우리가 누울 침대를 허락해 주세요! | 240514 벨로라도(Belorado)에서 아따뿌에르까(Atapuerca)까지 29.6km 7시간 10분 소요 (am 5:50 ~ pm 1:00)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전날 하늘은 비 내릴 준비를 단단히 하더니 결국 밤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 잠이 깨었으나 두 눈 꼭 감고 좀 더 자려 애쓰고 있는데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몇 번을 들락거려 더 이상 잘 수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다. 70대 어르신 멤버들이다. 들락거리는 분들은 남자분들이었고 여자분은 침대에 걸터앉아 짐을 챙기고 있었다. 우리도 5시경 짐을 챙기기 시작해 주섬주섬 들고 방을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 짐을 마저 챙겨 동키서비스 보낼 내 배낭을 비닐백에 넣어 묶어 .. 2024. 10. 9. [까미노 10.] 벨로라도 가는 길, 자갈밭에서도 싹은 튼다. | 240513 산토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 )에서 벨로라도(Belorado)까지 23km 6시간 소요 (am 6:20 ~ pm 12:20)2024년 5월 13일 월요일 지난밤 알베르게에 한국인 단체 순례객들도 많았지만 새벽에 출발준비하느라 화장실에 갔다가 새로운 한국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이는 남편과 함께 순례길에 나섰다 하였고, 70대 초반 여자분은 잘 알고 지내는 분들이 순례를 떠난다 하여 '나도 데리고 가라'하며 따라나섰다고 하셨다. 이번에 못 왔으면 아마도 영영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끝까지 완주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부엔까미노!'라 작은 소리로 외치며 화장실을 나왔다. 알베르게 예약을 해놓으니 맘이 .. 2024. 10. 2. [까미노 9.] 기회는 아무 때나 주어지는 게 아니야 | 240512 나헤라(Najera)에서 산토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 )까지 21.5km 5시간 20분 소요 (am 6:10 ~ am 11:30)2024년 5월 12일 주일 지난밤은 고난의 밤이었다. 바로 옆 침대에 대단한 코골이 부부가 밤새 드르렁댔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새벽 1시 넘어 우유 한잔 마시고 귀마개를 최대한 밀어 넣고 잠을 청했는데 다행히 잠이 조금 들었던 것 같다. 새벽 4시경 알람이 울린다. 코골이 부부의 침대에서 나는 알람소리가 분명한데 안 일어난다. 결국 일어나 알람을 끄는 것 같더니 짜증스럽게도 10분 후 또 울린다. 그토록 코를 골며 잠을 잘 자니 알람을 맞춰놓고 자야 일어날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지만,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사람.. 2024. 9. 23. [까미노 8.] 화창하던 하늘에 소나기 구름이 몰려왔다. | 240511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 29.6km 7시간 30분 소요 (am 6:10 ~ pm 1:40)2024년 5월 11일 토요일 새벽 4시 옆침대 그라시아 님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나도 서서히 준비할까 했지만 나헤라 알베르게의 침대에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여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5시경 알베르게 식당으로 나오니 젊은 부부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라시아 님은 벌써 출발했는지 안 보인다. 언제까지 배낭을 보내고 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곧 직접 짊어지고 걸을 날이 올 것이라 믿고 배낭을 꾸려 동키서비스 신청했다. 5시 반경 남편을 깨워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 6시 10분경 알베르게를 나섰다. 하늘빛이 전날과는 다르게 푸른빛이다. 동이 틀 시간이 머지않아서 .. 2024. 9. 13. [까미노 7.] "당신은 왜 이 길을 걸어?" "또 다른 나를 찾을거야" | 240510 로스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28km 6시간 40분 소요 (am 5:50 ~ pm 12:30)2024년 5월 10일 금요일 9시 넘어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경 깼는데 뭔가 모를 개운함이 느껴진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잠이 들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러나 그 이후 4시 넘어서까지 침대에 갇혀 뒤척이다가 4시 20분경 1층 주방으로 내려와 불을 켜고 전날 쓰다만 일기에 추가해서 더 썼다. 정적이 흐르는 조용한 신새벽에 홀로 앉아 있으니 이게 현실인가 싶다. 잠도 못 자고 매일 2~30km씩 걷고 있는 현실이 분명 고된 나날이긴 한데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견뎌내고 이제 적응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니 잠못자.. 2024. 9. 4. [까미노 6.]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연이가 걸었구나! | 240509 에스테야(Estella)에서 로스 아르코스(Los Arcos)까지 21.5km 5시간 45분 소요 (am 6:15 ~ pm 12:00)2024년 5월 9일 목요일 공용 샤워실 앞 구석진 자리에 있는 침대라서 도미토리 형식이긴 하지만 우리들만의 공간이 확보된 듯 조금은 편한 잠자리였다. 같은 방 반대쪽 화장실 앞에 수리비를 점프한 한국남자 둘이 사용했는데 그분들로부터 나는 소음이 간간이 들렸으나 간격을 두고 있는 상태여서인지 견딜만한 정도였다. 점차 수면환경이 익숙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쾌적한 수면을 하고 5시 넘어 떠날 준비를 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공동주방에 앉아 전날 먹고 남은 바게트 빵과 바나나,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고 6시 15분경 출발하였다. 마을을 벗어날 무렵 점차 어둠은 가시.. 2024. 8. 2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