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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산티아고 순례27

[까미노 16.] 아름다운 사연은 바람을 타고 추억처럼 밀려 든다 | 240520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에서 떼라디요스 데 로스 뗌쁠라리오스(Terradilllos de los Templarlos)까지 27km 5시간 45분 소요 (am 6:00 ~ am 11:45)2024년 5월 20일 월요일 이제는 시끄러워도 잘 잘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지 잠들기 힘들다. 썰렁한 듯하여 일찌감치 침낭 위에 담요를 한 겹 더 덮고 잠을 청했으나 밤새 뒤척였다. 새벽이 되니 누군가 계속 드나드느라 문 덜컹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시계를 보니 아직 5시가 안 되었다. 난간 없는 2층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이 깨어버려 일단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침낭을 접고 배낭을 챙겨 로비로 .. 2024. 12. 14.
[까미노 15.] 각자의 사연을 담고 온 까미노에서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다 | 240519 보아디야 델 까미노(Boadilla del camino)에서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까지  25.5km 5시간  30분 소요 (am 6:20 ~ am 11:50)2024년 5월 19일 주일 라디에이터가 내 침대 바로 옆에 있어 따뜻하게 잠을 잤다. 라디에이터 덕분에 소나기에 젖었던 수건과 속옷이 다 말랐다. 새벽시간에 서늘한 느낌이 들어 발밑에 있던 담요를 잡아당겨 덮고 시간을 확인하니 5시 35분이다. 일어날 시간이다. 전날 무리한 여정으로 지친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운하다.  숙소예약 없이 이동해야 하기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알베르게 바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6시 20분경 길을 나섰다. 전날 재치 있는 액션으로 순례자들을 즐겁게 하던 호스트는 새벽.. 2024. 12. 6.
[까미노 14.] 무리한 40km 순례.. 'The Camino is a vacation to me!' | 240518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에서 보아디야 델 까미노(Boadilla del camino)까지  40.5km 9시간  40분 소요 (am 6:00 ~ pm 3:40)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40km  도전의 날이다. 더 걷자니 숙소가 있을지 불안하고, 20km만 걷자니 너무 부족한 듯하고, 더구나 시골 작은 마을에서는 일찍 도착해도 할 게 없다. 그래서 전날 남편의 동의를 받고 보아디야 델 카미노의 en el camino 알베르게에 예약을 했다. 힘들면 중간에 멈춰도 되겠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밤새 70대 어르신 세분 멤버 중 한 분이 코를 너무 심하게 고는 바람에 또다시 잠을 제대로 못 잔 채 새벽 6시경 길을 나섰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3시경 도착하.. 2024. 11. 20.
[까미노 13.] 부르고스 지나 메세타 대평원의 시작.. | 240517 부르고스(Burgos)에서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까지  21.5km 4시간 45분 소요 (am 6:00 ~ am 10:45)2024년 5월 17일 금요일그동안 못잔 잠을 한꺼번에 잔 듯 삐그덕거리는 침대에도 불구하고 꿀잠 잤다. 아마 10시경 잠이 들지 않았나 싶은데 남편이 말하길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잤다고 한다. 어쨌든 단잠을 자다 깨어보니 새벽 1시 30분, 꼼짝도 않고 잔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잠에 취해서 새벽에 못 일어날지도 몰라 5시에 알람 설정해 놓고 다시 잤다. 역시 잠을 잘 자니 개운하다.편안한 가운데 룸에서 전날 사놓은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려 다시 출발준비를 했다. 1층 로비에 동키서비스 봉투를 매단 내 배낭을 한쪽에 놔두고, 리셉션에 .. 2024. 11. 8.
[까미노 12-1.]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빌바오 | 240516 부르고스 → 빌바오  → 부르고스2024년 5월 16일 목요일 사방에서 코 고는 사람들 덕분에 잠은 한숨도 못 잤다. 낮에 추워서 먹은 따뜻한 커피 때문인지 어쨌든 하얗게 밤을 새웠다. 새벽 5시에 짐을 챙기기 시작하여 6시경 누군가 알려준 대로 옆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대문이 잠겨있다. 난감한 상황이다. 빌바오행 새벽 6시 30분 버스를 예매해 두었는데 문이 잠겨 밖으로 나가질 못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시간은 자꾸 가고... 할 수 없이 1층 로비로 가니 몇몇이 우리처럼 미리 나가려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 보고도 문이 열리는 시간이 6시 30분이라 알려준다. 그동안 지나온 알베르게에 비해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는 철저했다. 결국 알베르게 문은 6시 30분에 열렸고, 우린 버스를 놓쳤다. 애초에 안내받.. 2024. 10. 29.
[까미노 12.] 그리운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되나 봐! | 240515 아따뿌에르까(Atapuerca)에서 부르고스(Burgos)까지  20.4km 4시간 45분 소요 (am 6:00 ~ am 10:45)2024년 5월 15일 수요일 이른 새벽 썰렁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방문이 열려있다. 침대 위층 청년이 아마도 젊은 혈기로 더웠는지 밤늦게 들어오면서 방문을 열어두었던 모양이다. 방문을 닫고 다시 누워 조금 더 잠을 자 두려 했으나 이미 정신을 들어 더 이상 자기는 힘들다. 창가 쪽 침대를 쓰는 남자 두 분이 먼저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내 침대 위층 청년도 일어나 이것저것 챙기더니 세 남자가 모두 일찌감치 밖으로 나갔다. 5인실 룸에 결국 우리 둘만 남았다. 한갓 지게 방문 닫고 환하게 불 켜놓은 채 퇴실 준비를 하였다. 아침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떠날 준.. 2024. 10. 16.